1. 오래 기다렸다!
10년전인 96년에 제타 1.0이 나왔을 때의 열기는
그야말로 대단했습니다. 당시로써는 꽤나 센세이셔널한 품질이었고, 각선생의 리파인한 디자인은 상당히 참신했습니다. 특히 변형기믹 그
자체는 정말 대단한 진보였다고 기억합니다.
그러나 세월은 흘러.. 구조적인 참신함이 식상해지자
이제는 단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전체적으로 타이트하지 않은 변형관절이 가장 큰 이슈였지요. 사실 제타 1.0 자체는
그다지 헐렁이 킷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팔관절, 다리 관절 모두 그다지 헐렁하지도 않고 똑바로 잘 서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변형을 시켜보면.. 상당히 오노스럽습니다;; 사타구니 기믹이나 날개 고정 기믹이 부실해서, 변형시의 고정성은 상당히 떨어지는
킷이었습니다. 또한 MS모드에서 역시 항상 옆으로 벌어지면서 늘어지는 날개는 많은 제타 팬들의 원성을 샀지요. 그래서
낙지건담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던..
이러한 1.0의 웨이브라이더 모드는 뛰어난 변형 방식에
비해 추가적인 고정기믹이 없어서 그야말로 각이 안나왔습니다. 몸체 쉴드 날개 다리가 죄다 따로 노는 듯한 기분이란.. 정말 아쉬운
문제였습니다. 그 때문에 많은 제타 팬들은 MG 퍼스트가 1.5로 버전업되는 것을 지켜보며 제타의 버전업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반만 개수한 1.5가 아니라, 완전히 개수된 2.0의 발매를 기다려온 것입니다.
이에 대한 반다이측의 반응은.. 1.0도 아직까지
충분히 상품가치가 있다는, 한마디로 버전업은 고려하지 않는 듯한 대답이었지요. 많은 건프라 팬들은 최신기술을 접목한 좀더 완벽한
MG 제타를 기대했지만, 이 말 한마디로 인해 좌절모드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반다이.. 1년도 안돼서 말을 뒤집고
당당히 제타 2.0의 발매를 예고했습니다. 제타 극장판이 한참 주가를 올릴 바로 그 시기에 막투 2.0과 연달아 출시해주면서
2006년의 시작을 뜨겁게 달궈주고 있는 것이죠. :-)
2. 오리지널 스타일
우선 MG 제타 2.0은 리파인되었던 MG 제타 1.0
& PG 제타의 디자인 컨셉을 과감히 버리고, 오리지널 제타의 디자인에 가까운 형태로 복귀했습니다. 깔끔한 라인에 늘씬한
프로포션, 그리고 과감히 삭제된 외장 디테일. 그래서 MG 1.0보다는 HGUC 제타와 유사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0의 혁신적인 디자인이 초기에는 꽤나 참신했지만 품질에 실망한 많은 올드팬들이 오리지널 디자인의 회귀를 외쳤고, 반다이는 이를
충실히 수용한 듯. :-)
그렇지만 단순히 오리지널 디자인 그대로 회귀한 것은
아니고, 그 오리지널 디자인에 각을 살렸습니다. (역시 각선생!) 팔다리 모두 샤프하고 예리한 각을 심어줌으로써, 올드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세련미가 넘치는 프로포션으로 거듭나게 되었지요.
3. 튼튼한 관절, 완벽한 변형 기믹
손으로 만졌을 때 1.0과 가장 뚜렷히 느껴지는 것은,
어느하나 헐렁한 부위 없이 튼튼하다! 라는 점입니다. 팔다리 머리 날개 모든 부분이 충분히 뻑뻑해서 헐렁함을 느낄 수 가
없습니다. 과도하게 뻑뻑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아마 1.0을 한번 만져본다면 전혀 그렇게 말할 수가 없을 듯 :-) MS모드에서
무진장 헐렁하던 1.0 날개부는 2.0 에서 아예 스태빌라이저에 볼조인트로 고정해 버렸지요.
개선된 가동성과 더불어 튼튼한 관절이 받쳐주기 때문에,
액션포즈의 자연스러움은 1.0과 천지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허리까지 볼조인트로 가동하면서 변형이 가능하다니, 가동성과 변형성의
절묘한 조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부실하기 그지없던 1.0의 변형기믹은,
제타플러스에서도 크게 개선되었지만 제타 2.0에서 더더욱 개선되었습니다. 제플에 사용된 다리연결판 이중고정방식은 제타 2.0에서도
사용되는데, 고정핀이 고리형태로 바뀌어서 좀더 단단하게 결합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고정부가 조금 약해진 느낌이 들긴
합니다만..
제타 2.0 변형기믹에서 정말 혀를 내두를 만한 부분은
역시 쉴드의 고정. 웨이브라이더 중앙에서 모든 부분을 고정하는 역할을 해야하는 것이 바로 쉴드인데, 1.0에서는 걍 쉴드 혼자
달랑 밑에 붙어있어 버려서 날개가 완전히 따로놀면서 자세가 무너졌습니다;; 2.0에서는 몸체/날개와 쉴드가 무려 7군데에서 각기
다른 힘의 방향조합을 통해 결합됩니다.(변형과정 사진 참조) 결과는?? 엄청나게 타이트하게 꽉! 쪼여진채 결합됩니다. 정말 굳이
이렇게까지 심하게 결합해야 하는건지 의문이 들 정도이죠.
또한 끼우는 방식이 아니라 걍 올려두는 정도였던
1.0의 하이퍼메가런쳐 결합부 역시, 2.0에서는 이중 고리 방식으로 튼튼하게 결합됩니다. 웨이브라이더 상태에서의 다리 역시, 그
자체도 관절이 튼튼해서 아래로 쳐질 것 같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아예 다리 아래쪽에 날개연결기믹이 밀착해서 받쳐줌으로써 다리가
쳐질 공간조차 제거해 버렸습니다.
한마디로 제타 2.0의 변형방식은, MG 1.0은 물론
PG조차 뛰어넘는 최고의 작품입니다! -_-b
4. 접합선은 어디로?
최근의 반다이 MG 라인업들은 접합선 가리기에 충실한
편입니다. 제타 2.0은 그중에서도 최고수준의 접합선 가리기 신공이 난무하는 킷입니다. 정말 집요하리만치 패널라인을 따라 분할된
부품들을 보면 기가 찰 정도.
접합선을 없애려는 어깨와 팔의 특이한 부품분할도
참신한데.. 머리부의 새로운 부품분할은 정말 예상밖의 수확입니다. 통상 머리의 접합선은 어쩔 수 없다고 봐주는 편입니다만..
머리통 장갑을 3방향으로 분할해주었기 때문에 접합선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정말 이건 어쩔 수 없다.. 라고 하고 넘어가던
무장들까지도 접합선이 배려되어 있는데, 커다란 하이퍼 메가런쳐의 접합면 자체를 모두 패널라인형태로 만들어놨습니다; 그래서 그냥
먹선처리만 해 버리면 접합선 처리는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부프레임까지 슬라이드 금형이 적용되었을 정도로,
기존의 최신 킷보다 한수준 높은 부품분할은 가조립 매니아는 물론, 도색매니아 분들 모두에게 대단히 큰 만족감을 줄 듯. 게다가
푸르딩딩했던 1.0에 비해 사출색도 고급스럽게 싸그리 업그레이드된 2.0이기에, 단순 가조만으로도 굉장한 만족도를 주고 있지요
:-)
5. 아쉬운 점
확실한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인정해줄 만한 이 제타
2.0도 100점짜리 킷은 아닙니다. 몇가지 의외의 단점들도 있고, 장점 자체가 동전의 양면처럼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우선 제일 처음 완성하고 눈에 띄인 점은.. 발바닥
앞뒤 높이가 맞지가 않는 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발바닥을 바닥에 밀착시키기가 힘들어서, 접지력에 다소 문제가 있는 킷입니다.
물론 적당히 자세를 잡으면 잘 서있기는 한데, 아주 안정적인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변형기믹 덕에 무릎관절의
꺾임각이 좀 애매하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바닥에 세워둘 때 자세 잡기가 이상하게 좀 어렵다는 느낌입니다.. 스탠드가 있어서
상관없다고 변명한다면 글세..?
그리고 의도적이긴 하지만, 1.0에도 들어있던
랜딩기어가 완전히 사라진 점은 좀 아쉽습니다. 아무리 스탠드가 있다 하더라도 바닥에 내려놓고 싶을 수도 있는 법인디.. 굳이 있던
기능을 삭제할 필요까지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입니다. 2.0 웨이브라이더 바닥에도 3개의 랜딩기어 수납부는 그래도
재현해놓구선, 랜딩기어를 빼 버린 의도는 대체 무엇인가 반다이!? 걍 무조건 스탠드에만 끼워두라는 지침인가?
변형중에 머리는 뿔을 접고 넣고 빼고 해야하는데,
웨이브라이더에서 MS 모드로 다시 변형할 때, 머리를 뽑으려면 항상 머리뿔이 걸리적 거립니다. 나름대로 목관절을 뒤로 빼고 머리를
뒤로 잘 젖히면 그럭저럭 머리뿔이 안걸리게 뽑을 수 있지만, 여전히 좀 불안합니다. 아닌게 아니라 저역시 변형중에 머리의 노란뿔이
반쯤 휘어 버린 사태를 겪었습니다.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문제라곤 하지만, 변형중에 매우 조심해야 할 포인트중 하나이고, 2.0이라
해서 별로 달라진 것은 없는 상황입니다.
페담-막투2.0에 이어 간단개조로 전체개별 가동이
가능한 손구조이지만, 라이플 고정은 좀 애매합니다. 손 바닥에 돌기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인데, 그렇다고 고정이 튼튼하지는
않습니다. 빔라이플이 하도 커서 그런 것도 같긴한데.. 좀더 튼튼하게 들고 있으면 정말 완벽했을텐데, 왠지 좀 아쉬운 느낌.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문제라면 역시.. 복잡하고
정교한 변형방식으로 인한 각종 기믹들의 파손우려입니다. 주요 변형 기믹은 ABS 재질로 되어 있지만, 뭔가 모르게 좀 약합니다.
다리 연결판의 고리라던지, 날개부의 연결관절이라던지, 어깨 연결관절 등등, 실제로 변형중에 힘을 받거나 파손우려가 있는
부분들입니다. 게다가 엄청나게 타이트하게 붙어야 하는 고정밀의 2.0 변형구조상, 파손은 아니라도 프라스틱이 하얗게 뜰정도로 힘을
받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변형 자체가 어렵지는 않지만, 매뉴얼을 잘 보면서
천천히 차근차근 하기를 권장합니다. 임의로 마구 변형을 시키다간 여기저기 부러지거나 휘는 사태를 겪을지도 모릅니다;;;;
6. 총평
최근에 좀 "한다"는 킷들은 스탠드가 포함된 경우가
많습니다. 제타 2.0에는 MG 스트라이크와 유사한 아가마 스탠드가 들어있고, 막투 2.0의 스탠드와 결합도 가능합니다. 게다가
서비스로 막투 2.0을 고정할 수 있는 보조스탠드까지 들어있으니, 한마디로 두 개 다 사라! 라는 무언의 압박입니다. 물론 막투
2.0 제타 2.0 둘다 초고품질의 킷이므로 부담없이 강추때리는 녀석들이긴 하죠.
장인정신보다는 최신기술에 의존한 버전업이라는 느낌의
막투 2.0에 비해, 제타 2.0은 좀더 개발자의 혼이 느껴지는 킷입니다. 물론 MG개발초기의 그 불같은 열정이나 MG 앗가이에서
느껴지는 경외감 수준은 아니지만, 최소한 "정말 신경 많이 썼구나.." 라는 것은 분명히 느껴집니다. 워낙 인기있는 기체인지라
매니아들의 불평도 많았고, 반다이는 이러한 불평들을 한귀로 흘려듣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0의 단점이라 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부분이 완벽히 개수되었으니까요. 다만 너무 얄쌍해진 듯한 프로포션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존재할 듯 합니다.
너무도 오래 기다렸고, 가장 많이 갈망했던 킷이라서
인지 막상 만들고나니 조금은 허무하고 덤덤한 느낌도 듭니다. 응 그래.. 바로 이런 걸 기다렸지.. 하는 기분은 들긴한데 말이죠
^^;
제타 2.0은, 반다이가 과거 80년대에 (지금보면
어설프지만) 나름대로 설정대로 변형되는 1/100 제타를 만들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을 올드팬들에게 바치는 선물입니다.
신세대들에겐 과거의 변형킷이 새로 버전업되었나보다 정도의 느낌일 것이고, 실제로 올드팬들이 느끼는 그런 향수를 느낄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신세대와 올드팬간의 감흥이 꽤 차이가 날 법한 킷입니다.
건프라의 탄생과 함께 20년넘게 거의 실시간으로
시리즈별 건프라를 접해온 저같은 올드팬들에겐.. 완성후 눈앞에 세워놓고 담배 한 대를 피우면서 깊은 상념과 추억에 잠기게 해주는
물건입니다. "세월이 참 많이 흘렀구나.."
어쨌든 MG중에서도 최고레벨의 킷인 것은 분명하고,
자잘한 단점들은 보이지만 확실하게 버전업된 2.0이라는데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가격이 5000엔으로 고가화된 것은
다소 거시기하지만, 돈값은 합니다! 특히 완벽하게 고정된 웨이브라이더를 보면 하나 더 사고 싶은 생각이 술술..
2005년의 MG는 100점짜리 볼의 열기로 시작해서,
완벽 퍼스트라 할 수 있는 페담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유사이래 최고의 킷이라 칭할 수 있는 앗가이로 여름을 달구더니 막투 2.0과
제타 2.0으로 화려하게 한해를 마무리했습니다. 돌아보면 반다이로썬 무언가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만들고 싶어했던 듯 하고,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게다가 2006년의 첫 MG가 네모라니! 좀더 기대해도 되겠지 반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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