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005년은 제타 극장판의 해인지라, 유난히 제타 킷의 러쉬가 많았습니다. 만인이 기대하던 MG 제타
2.0의 제품 발표보다 먼저, 갑작스레 MG 막투의 2.0버전의 발매가 발표되서 여러사람이 당황했었죠 ^^;
퍼스트, 막투, 제타.. 이 셋은 건담계의 영원한 주역메카다보니, 초기 MG로 발매될 수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10년이 지난 지금 보기엔 품질적으론 다소 구린 킷이 되 버린 팔자를 타고 났습니다. 그에 따라 퍼스트가 1.5 로
한번 업버전되고, 실질적인 퍼스트 2.0 이라 할 수 있는 페담으로 탄생되기도 했습니다.
MG 막투 2.0은 여러 가지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선 많은 올드팬들께선 아카제 막투의
추억을 갖고 계실 것입니다. 80년대 중반을 뜨겁게 불타오르게 만들었던 이 1/100 막투는, 당시로써도 이전의 1/100
퍼스트에 비해 월등한 품질을 보여줬습니다. 개선된 프로포션, 전관절 가동은 물론 손가락까지 움직이던 1/100 막투는 정말
센세이셔널했습니다. 향후 파워브레이브 등등의 요상한 이름으로도 나오기도 했던 이 막투는, 과거 많은 올드 프라매니아들이 건프라에
푹 빠지게 만든 최고의 기폭제였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러한 추억의 명작 막투가 처음 MG로 나왔을 때는 나름대로 환영받았지만, 지금 보면.. 그 황당한
하이힐과 고릴라스러운 프로포션, 잘 자빠지는 관절 (-_-;), 헐렁대는 빔사벨 등등.. 아쉬움이 많은 킷입니다. 최근의 MG
시드 시리즈에서 보여준 환상의 가동률, 튼튼한 관절, 내부 프레임과 비교하면 더더욱 초라하게 보였지요.
2005년에 이르러 극장판 개봉과 더불어 슬슬 제타의 분위기가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이러한 최신
기술과 고전의 명킷과의 접목이 이루어졌으니, 그 실질적인 첫 타자가 바로 막투 2.0입니다.
막투 2.0은 실질적으로 MG 라인업에서 공식적인 2.0 버전입니다. 페담의 경우 2.0이라는 명칭이
사용되지 않았고, 다리 프레임은 1.5의 것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약간 짝퉁 2.0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이번에 출시된 막투
2.0은 모든 부분이 새로운 설계와 금형으로 대체된, 진정한 최초의 2.0입니다. :-)
2. 예상된 고품질
막투 2.0은 만인의 예상대로, 시드계열 MG에 사용되는 형태의 고난이도 관절가동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어깨가 올라가는 기믹이라던지, 팔다리는 기본적으로 완전히 접혀주고, 발목의 앞뒤가 분할되어 넓은 가동범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막투가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가동의 한계를 다 보여주는 킷이지요.
기본적으로 디자인 컨셉이나 프레임 구조 등등의 PG의 것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습니다. 우선 몸 전체의
몰드와 디테일이 완전히 축소복사판이라 할만큼 똑같습니다. 프로포션은 2.0쪽이 훨씬 얄쌍하게 나오긴 했습니다만.. 팔뚝 장갑이
슬라이드식으로 가변된다던지, 무릎 가동시 장갑이 분할되면서 다단계로 접힌다던지 하는 부분까지 같습니다. 오히려 무릎 장갑의 경우
PG보다 더욱 다이나믹하게 분할되면서 접혀주고, PG에도 없던 허벅지 슬라이드 장갑까지 구현되어 있지요.
2.0은 바주카의 완벽한 색분할이 상당히 훌륭하고, PG도 못한 발칸쪽의 빨간 동그라미까지 색분할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쉴드의 노란색은 스티커로 처리하게 하는 오노스러움이 보이긴 합니다. 아무리 봐도 일부러 한두군데씩
그렇게 넘어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군요 -_-
페담과 같이 5지 분할 가능한 매니퓰레이터(손가락)라던지, 빨간 공모양의 콕핏 블록까지 재현했다던지
하는 옵션도 훌륭합니다. 모든 무장들은 손 바닥의 돌기에 고정하기 때문에, 악력에만 의존하지 않고도 무장을 잘 들고 있을 수
있구요.
부속된 아가마 스탠드의 디테일도 좋습니다. 수평을 유지하며 가동하는 탑승 리프트는 정확하게 막투의
콕핏 높이에 맞출 수 있고, PG의 피규어와 비슷하게 생긴 피규어들을 전선으로 공중부양 시키는 보너스까지 있습니다. 이 스탠드는
향후 MG 제타 2.0의 스탠드와 연결도 가능하다니, 나름대로 흥미로운 아이템입니다. :-)
3. 일취 월장
1.0 과 비교해 본다면, 모든 면에서 개선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선 전체적으로 칙칙하고 반투명한 느낌의 1.0 사출색에 비해, 2.0의 사출색은 밝고 진하며
선명합니다. 품격이 훨씬 올라간 느낌입니다. 사진보다 실물로 보면 그 품질의 차이가 매우 확연하게 보입니다.
특히 막투 1.0의 최대 난감 포인트인 하이힐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발이 너무 높아서 불안하고
어정쩡하던 프로포션이 2.0에서 납작하고 안정적으로 변경되었는데, 반다이에서도 이부분에 대한 불만이 전세계적으로(;;) 높았다는걸
잘 알고 있었던 듯. 그외에도 보다 커진 갑빠, 길어진 허벅지 등등으로 인해 2.0 몸체 자체가 늘씬~ 하게 변경되었습니다.
1.0도 나름대로 한 등빨 하는 듯한 (=고릴라 같은;) 프로포션이긴 한데, 확실히 2.0 쪽이 세련미가 넘칩니다.
가동성이야 말할 것도 없이 개선되었지만, 그보다는 관절강도가 개선된 점이 더 마음에 듭니다. 1.0은
다소 헐렁한 감이 있는 다리와 발목 관절로 인해 혼자 세워두기도 만만치 않은 애물단지인데, 2.0은 튼튼하게 각잡고 잘 서있을 수
있지요. 특히 1.0 시절, 등짝에 지 디펜서를 장착한 수퍼건담 모드는 정말 난감함 그 자체였습니다. 다리를 뒤로 쭉~ 빼고
어딘가 기대놓지 않으면 잘 서있지도 못했으니까요 ㅠ.ㅠ
1.0의 지 디펜서는 2.0과도 그대로 호환되는데, 1.0에 비해 훨씬 타이트하고 꼿꼿하게 잘
지탱합니다. 등짝에 큰 짐을 달고도 다리를 뒤로 빼지 않아도 되며, 아주 안정적인 포즈로 디스플레이가 가능하지요. 역시 2.0..
다만 지 디펜서의 디테일이 하도 밋밋해서 2.0과는 썩 잘 어울린다고 느껴지진 않습니다.
그 외에도, 막투 1.0의 고질적인 문제인 빔사벨 고정부의 헐렁임도 개선되었습니다. 2.0에서는
빔사벨 자체에 고정부가 추가되어 백팩이 이중으로 고정되기 때문에 절대로 건들거리지 않습니다.
다리에만 조금 있던 프레임도 2.0에선 전신프레임 형태로 변경되었고, 외부 장갑 내부의 몰드 역시
탁월하게 좋아졌습니다. 한마디로 1.0에 비해 2.0은 거의 모든 부분이 개선된 셈입니다.
4. 약간의 허전함
MG 막투 2.0은 품질로써는 크게 나무랄 데가 없는 좋은 킷입니다. 하지만 뭐랄까.. 최신의 기술을
그대로 심어준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는 기분도 듭니다. 바주카나 발칸의 특이한 색분할이나 작지만 알찬 다리 기믹등에서 어느정도
개발자의 '열정'은 느낄 수는 있지만, 뭔가모르게 장인정신이 빛나는 킷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듯한 느낌...
앗가이나 볼처럼 모든게 새로운, 너무도 혁신적인, 그리고 장인정신 없이는 발매조차 안되었을 듯한 그
절묘함, 그러한 100점짜리 느낌은 분명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처음 막투 2.0의 발매가 예고되었을 때, 놀라고 설레는
기분보다는.. 그냥 나올 게 나오는가 보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결과 역시 예상된대로 최신의 안정된 품질.
20년 경력의 파티쉐가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만든 독창적인 케잌을 먹는 기분이 아니라, 대형 제과점에서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찍어낸 인스탄트적인 케잌을 먹는 기분입니다. 물론 맛은 있지만, 감흥이 떨어진다는 뜻이지요. 차라리 MG
제타만큼 오랫동안 크게 기대하면서 기다린 킷이 아니라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
뭐 어쨋든 결과물은 좋긴 합니다. 흠흠. 괜히 트집잡았나? ^^;
단점 몇가지를 집자면.. 비효율적인 허리가동 부분입니다. 허리가 회전이 거의 안되는 몇 안되는 MG중
하나가 되어 버렸는데, 어째서 이렇게 설계한건지 다소 이해가 안가는 부분입니다. 연결 자체는 볼조인트로 잘 되어 있는데, 허리
장갑의 가동이 좁아서 사실상 아주 조금밖에 안움직여 버리지요. 그래놓구선 박스아트는 대단히 유연한 허리가동을 보여주는 그림이라니,
사람을 놀리나 반다이~!
→ 하도 많은 사람들이 불평해서인지, MG 막투 티탄즈버전에서는 이 허리부분이 가동되도록
개선되었습니다. 그리고 막투 티탄즈 출시 이후에 재판된 에우고버전의 막투 역시 허리부분이 개선된 버전으로 출시되고 있습니다. 고로
이 킷을 사실 분은 가급적 재판된 버전 (2006년 3월 이후 출고된 것)으로 구입하시기를 권합니다. 재판된건지 초판인지 확인은
각자가 알아서 ^^;
관절은 대체로 적당히 뻑뻑해서 등짝에 지 디펜서를 걸치고도 충분히 꼿꼿하게 잘 서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타이트한 느낌은 아니라서 약간은 건들거리는 면도 있구요. 개인적으로 좀더 뻑뻑햇으면 좋았을거란 생각이 들지만, 가동부가
많은 킷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일 듯. 그리고 리뷰 사진에도 있듯이 다리와 몸체 연결부쪽이 좀 잘 빠지는 기분이 듭니다.
허리도 다소 무리한 가동을 하면 잘 빠지는 포인트. 종합적으로 관절강도는 좋긴한데 뭔가 모르게 완전히 만족스럽진 않고, 2%
부족한 느낌이 졸졸졸 따라다닙니다.
그리고 쉴드의 스티커 처리는 아무래도 유저들을 놀리는 것 같아서 여전히 약오릅니다 -_-;
5. 총평
구조가 허용하는 최대한의 가동성, 적당한 관절강도, 우수한 디테일, 전신 프레임, 뛰어난 색분할,
고급스러워진 사출색, 아가마 스탠드까지.. 품질적인 면에선 분명히 A+급 킷임에는 분명합니다.
가장 큰 의의라면, (참신함은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최신기술을 최대한 접목한 "막투" 가 탄생했다는
것일 겁니다. 최소한 1.0과의 현격한 품질의 개선이 이루어졌고, 손맛도 상당히 좋습니다. 특히 다리쪽 조립은 짜릿합니다!
가격적으로는 이제 슬슬 물가상승이 반영되고 있다는 느낌.. 스탠드 빼고 3000엔이나 3200엔정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부품수를 비교해보면, 스탠드를 제외하고 1.0과 부품수가 거의 같습니다. 물론 부품이 많다고
마냥 좋은건 아니지만, 볼륨적으로는 그렇다는 것이죠. 박스도 4000엔급중에선 가장 얇은 크기이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제타 극장판의 인기에 힘입어 이렇게 초기 MG들이 버전업 되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