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연시에 MG 볼이라는, 매우 독특하고 저렴하면서도 절정의 품질의 선물을 선사했던 반씨네가
2005년 여름에는 최고의 여름선물을 준비했으니, 바로 MG 앗가이입니다. 많은 이들에게 너무도 친근하기에 '앗군'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
우선 MG로 앗가이가 나온 것 자체가 상당히 센세이셔널한 일입니다. 이미 발표된 MG 막투
2.0이나, 그 이후로 발매가 예상되는 제타 2.0은 어느정도는 예측한 물건이고, 또한 최신의 고품질일 것임은 쉽게 예상이
됩니다. 그런데 앗가이라..? 물론 올드팬들에겐 인기최고의 귀염캐릭터이지만, 그다지 대중적인 스타일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앗가이니까요. 극중에서의 비중도 조연급 캐릭터일 뿐..
하지만 매니아들 사이에서 각종 개그/여성화 캐릭터로써 앗가이의 인기가 꾸준히 높았다는 점이 아마
발매의 결정적인 이유가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이정도면 상품화해도 되겠다! 라는 예측도 없이 아무거나 제품화할 정도로
반씨네가 바보는 아닐테니까요. 또한 케로로의 역할도 꽤 크지 않았을런지!
이렇듯 MG로 나와준 것만 해도 상당히 감지덕지한 녀석인데, 품질면에서 '어이없을' 정도로
황당고품질로 나와 버려서 완전히 허를 찔린 기분입니다. (기분 좋은 허.. ^^;) 이건 MG가 아니라 1/100 PG입니다.
1. 앗가이다운 프로포션
우선, 전체적인 프로포션에서 앗군의 그 귀여우면서도 사악한 듯한 스타일이 잘 살아 있습니다. 엄청난 대두에 짧은 팔다리, 뚱뚱한
몸. 그러나 결코 못나보이지 않는 기묘한 매력! 게다가 그 덩치는 매우 커서, 고그나 즈고크, 돔을 옆에 갖다놔도 그들을 압도해
버리지요. 덩치뿐만 아니라 손으로 들어봐도 속이 꽉~찬 과일처럼 묵직한 느낌도 좋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머리부터 몸통, 다리까지
이중 프레임의 훌륭한 뼈대를 갖고 있으니까요.
2. PG급의 이중 프레임
앗군의 프레임은 거의 완벽한 전신 프레임인데, 특히 오목조목한 볼륨감은 MG중 최고입니다. MG 볼처럼 몸체도 뼈대구조를
덮어씌우는 이중 프레임구조이며, 머리에도 이중 삼중으로 내부에 프레임을 심어놨습니다. 만들고나면 분해조차 어려운 다리 프레임
안쪽조차 이중프레임을 재현해놓는 거만한 장인정신까지..! 그야말로 PG수준의 제대로된 메카닉 프레임입니다. 프레임 하나만으로도
완전히 압도당하는 킷이지요.
다만 외부장갑을 벗기는데 약간 애로사항들이 있는데.. MG 고그와 마찬가지로 외부장갑 탈거가 조금
까다롭습니다. MG 즈고크는 외부장갑 벗기기가 무척 쉬웠는데 말이죠~ MG 앗가이는 팔다리를 모두 뽑고 또 그걸 한번 더
분할해야만 외부장갑이 빠지는 통짜장갑구조다보니, 자주 옷을 벗기면 헐거워질 소지가 있습니다. 특히 무릎 뒷부분은 조그만 장갑이..
잘 끼워지지도 않고 잘 빠지지도 않아서 세심한 주의를 요합니다. 무릎 뒷부분 장갑을 빼야지만 다리의 장갑을 벗겨낼 수 있는데,
조심조심 잘 빼지 않으면.. 부러집니다 ㅠ.ㅠ (사실 제가 그랬습니다;)
3. 기묘한 가동성
가동성 역시 발군! 팔다리 모두 신축기믹이 탑재되어 있고, 어깨와 다리연결부도 어느정도 돌출/수납이 가능합니다. 이런 각종
신축기믹과 잘 계산된 무릎 관절구조 등으로 인해, 다른 킷은 엄두도 못낼 만한 요상한 포즈까지 재현이 가능합니다. (사진들 참조)
관절구조는 기본적으로 꽤 뻑뻑하고 튼튼해서 쉽게 자세가 흐트러지진 않으나, U자형 고정구조의 팔다리 연결부는 약간 불안한 면이
보이므로 조심해서 만져야할 필요는 있는 듯. 그리고 팔의 신축부위는 약간 고정이 애매해서 헐거운 감도 들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그리고 한가지 중요한 점.. 다른 킷들과 달리, MG 앗가이는 장갑을 모두 씌워도 프레임상태에 비해 가동성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
4. 십자로 가동되는 모노아이!
예상하기 힘든 부분이었는데, 앗가이 특유의 십자 모노아이 가동이 완벽하게 재현되어 있습니다. 십자의 홈으로 만들어진 레일위를,
아령구조의 눈알이 슬라이드식으로 움직여집니다. 이를 위해선 머리를 들어내고 안쪽에 있는 모노아이를 손가락을 이용하여 움직여야
하는데, 이렇게 전후좌우 180도의 광대한 시야각을 재현할 수 있게 해준 점 역시 대단한 서비스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5. 통짜 장갑 퍼레이드
MG 앗군의 외장 장갑은 대부분 통짜 구조를 이용해서, 접합선이 안보이면서도 뛰어난 볼륨감을 자랑합니다. 사출색도 설정에
충실하게 짙고 은은한 색감을 보여주는데, 색상 특성상 게이트 자국이 잘 보이는 면이 있으므로 다듬을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듯.
대신 밖에서 잘보이는 부분은 런너의 게이트를 얇게 처리해주었기 때문에, 일부분만 조심하면 됩니다. 언뜻 보면 똥색같지만(;;)
직접 보면 은근히 고급스런 사출색입니다 :-)
6. 세심한 무장기믹과 보너스들
앗군은 원래 별도의 무장을 들고다니지 않기 때문에, (들고다닐 손도 없고..;) 대신 몸체의
무장기믹 설계가 대단히 훌륭합니다. 오른손에 재현된 집게손 부분은 수납과 돌출이 스프링 고정식으로 재현되어 있어서, 손 가운데의
버튼을 누르면 탱~ 하고 집게손이 밖으로 튀어나와 주지요. 아주 재미있습니다. ^^ 왼손의 어뢰손도 충실하게 잘 재현되어 있구요.
게다가 이 킷에는 보너스도 꽤 많이 있는데, 수중MS답게 물거품을 형상화한 고급의 연질 투명부품이
여러개 들어있습니다. 이 연질 부품들은 발바닥 스크류 부분의 물거품을 형상화한 것 2개와, 왼손 어뢰발사부의 어뢰발사장면을
재현하기 위한 물거품이 두가지 형태로 각각 2세트가 들어있지요. 또한 갑판을 형상화한 전용 스탠드까지 들어 있어서, 스탠드에
고정해놓고 위의 물거품 부품들을 장착함으로써 상당히 리얼한 수중 액션장면을 재현할 수 있습니다. 집게 형식으로 고정되는
스탠드고정부는 꽤 튼튼하고, 6단계로 높낮이도 조절됩니다. 그야말로 너무나도 럭셔리한 옵션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파일롯 피규어 외에도, 애니상에서의 짧은 에피소드를 재현할 수 있게 3명의 꼬마 피규어가
동봉되어 있습니다. 전용받침대까지 들어있어서, 앗군의 머리위에 올려놓고 애니의 한 장면을 재현할 수도 있지요. (이 장면의
배경스토리는 MG 앗가이
intro 페이지 참조) 또한 수영중인 딸기코 병사의 피규어까지 들어있는데, 이 4명의 1/100 피규어는 기존의 파일롯
피규어에 비해 정교하고 섬세합니다. 어쨌든 전혀 예상치 못한 보너스~
2005 여름, 올드팬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
앗군은 건담 올드팬들에게 상당히 친숙한 캐릭터로서, 많은 올드팬 여러분들이 이 초특급품질의 MG
앗가이를 만들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릴 듯 합니다. 언뜻 봐선 매니악한 경향이 있는 조연 캐릭터인 앗군을, 이런 품질로 뽑아준 것
자체가 어리둥절한 느낌이죠.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초고품질을..?? 솔직히 주연급인 MG 자쿠에 비해 너무도 월등하게 품질이
좋습니다. 제품이 발표된 시간차의 문제를 떠나서, 이 MG 앗가이는 정말 오랜만에 개발자의 혼을 느낄 수 있는 명품이라는
점..!!
한마디로 앗가이라는 MS에 필요한 모든 것들에 대해 '완벽 그 이상'을 추구하려한 흔적이
보입니다. 너무도 탁월한 본체는 말할 것도 없고, 물거품이나 꼬마들, 갑판 스탠드와 같은 럭셔리한 옵션들만 봐도 각선생을 비롯한
MG 개발진들이 얼마나 "잘 만들어줄려고" 노력했는지 알 수가 있지요.
많은 경우, 개발진들이 의욕을 갖고 덤벼든다해도.. 짧은 개발기간과 제한된 개발비의 압박에 맞추어
적당수준으로 설계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최근의 고품질 킷들을 만들다보면, 왠지 몇몇 부분은 급하게 대충
처리한 듯한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이 MG 앗가이는 다릅니다. 한마디로 본사에서 충분한 개발기간과 개발비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개발자들이 만들어내고 싶었던 만큼 '제대로' 만들어 버린 느낌입니다. 매니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그 이상을
만족시켜주려 한 느낌이랄까?
언뜻 봐서는.. 제품화 자체의 센세이셔널함이나, 깔끔한 고품질을 생각하면 MG 볼의 발매 당시와
비슷한 감흥을 주긴 하지만, 올드팬들에겐 볼에 비해선 좀더 깊이있는 감동과 감격을 끌어내주는 놈입니다. 굳이 오랜시간 앗군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올드팬이 아니라도, 신세대 건프라 매니아들에게도 앗군의 독특한 스타일은 나름대로 독특하고 매력적일 듯 합니다.
어쩌면 스타일보다는 최고급 품질에 매료되어 만드는 분들도 있을 거구요. 어떤 식으로든 많은 사람들에게 만족감과 포만감을 선사해주는
명품입니다.
반씨네에서 갑작스레 앗군을 이렇게 당황스럽게 고품질로 내놓은 것에는 나름대로 포석이 있는 듯 합니다.
건프라의 주류인 MG를 구매하는 층이 이런 올드팬 층이 많고, 그들이 만족할 만한 킷을 내놓음으로써 새로운 시장상황을 모색해보는게
아닐지.. 시드 데스티니가 생각보다 죽을 쓰고, 그 와중에 제타 극장판의 선전으로 인해 올드팬/매니아 시장의 확대를 꿈꾼다면
올드팬으로서야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입니다. ^^
어쨌건, 이 MG 앗가이는 많이 팔려야 합니다. 어차피 잘 팔릴 만한 아이템일 거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
잘 만들어진 킷은 성공한다는 전례가 확실히 자리를 잡아야, 더욱 고품질의 다양한 고전 MS들이 MG화됨으로써 우리를 즐겁게
해줄테니까요 ^^ 무엇보다 이 짜릿한 손맛과 고품질의 매력을 많은 건프라 매니아들이 느껴야 합니다... 이 100장의
리뷰사진만으로는 아주 조금밖에 느낄 수 없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앞뒤안가리고 무조건
초강추레벨'인 100점(그리고 플러스 알파까지!)을 부여할 수밖에 없는 킷입니다.
손맛이 좋은 킷은 많습니다만, 그중에서도 만들면서 점점 런너에서 부품이 줄어드는 게 안타까운 킷이
있는데, MG 앗가이는 그런 킷 중에서도 단연 최고봉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