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머리-몸통,팔,다리전체에 이르는 내부프레임이 구현되어 있는데, 디테일이 상당히 좋습니다. 뭔가 맘먹고 잘 만들어보겠다고 신경쓴 흔적이 보이지요. 팔부분의 프레임색이 그냥 몸체색이란게 약간 거시기하긴 한데, 32번째라는 비교적 초기 MG 치고는 상당한 디테일입니다. 많은 부분의 외부 장갑을 탈거할 수 있으며, 장갑 안쪽까지도 디테일을 열심히 넣어주었지요.

또한 접합선을 안보이게 하려는 시도가 여러군데 보이는데, 팔뚝의 통짜 부품이나 기체의 선을 따라 분할된 부품들, 특히 그중에서도 다리의 통짜 슬라이드 부품은 압권입니다. 오묘한 라인을 그대로 살린채, 접합면이 없도록 다리의 핵심 부품이 둥그런 띠모양으로 슬라이드식으로 사출되어 있지요. 다만.. 슬라이드식이긴 한데 퍼팅라인이 좀 티나게 남아있어서 약간 다듬어야 하긴 합니다. 어쨌든 완벽하진 않지만, 새롭고 참신한 접합선 가리기 시도였습니다. 이후 이러한 다리통 슬라이드 방식은 구프 커스텀에 이어 자쿠 F2 계열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팔의 가동성은 자쿠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다리쪽은 많은 향상이 있었습니다. 무릎의 꺾임각이 커졌고, 특히 이중 가동식 발목으로 인해 발이 앞으로 상당히 많이 꺾여줍니다. 그로인해 다양한 자세의 안정적인 접지력이 확보되어, 자쿠에 비해 훠어어얼씬 박력있는 포즈의 재현이 가능합니다. 다만 구프의 특성상 고추부분에 동력선이 연결되다보니 스커트가 거의 가동되지 않는 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고추에 큰 에너지가 필요했을지도..;;) 대신에 다리와 몸체가 연결되는 부위가 다소 아래쪽에 배치되어 있어서, 의외로 다리의 가동을 크게 제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한마디로 초미니 스커트란 얘기죠 ^^;)

무장은 다소 단촐한데, 원래 구프의 설정이 좀 그러므로 그렇다쳐도.. HGUC 구프에도 들어있는 머신건을 빼먹은건 조금 거시기합니다. 자쿠 F2용 신형 자쿠 머신건 비슷한게 들어있어야 하는데 빼먹었네요.. 대신 구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히트로드는 꽤 잘 재현되어 있습니다. 고무피복이 입혀진 철사위에 메쉬파이프를 끼우고, 그 위에 구슬을 끼우게 되어 있지요. 엄청난 구슬꿰기의 압박이 있기야 하지만, 철사덕분에 어떤 모양으로도 변형이 가능하고, 꺾은채로 고정도 아주 잘됩니다. 또한 부속된 쉴드 안에 있는 히트샤벨의 칼 부분은 주황색 연질부품으로 되어 있는데, 느낌이 참 좋습니다.

MG 구프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관절강도입니다. MG 자쿠에 비해 모든 면이 업그레이드 되었는데, 유독 관절강도는 하나도 안좋아졌지요 ㅠ.ㅠ 팔꿈치 관절은 구조적인 변경덕에 조금 나아진 감이 있는데, 다리의 관절.. 특히 무릎의 관절은 꽤 허약합니다. 중심을 잘못 잡으면 벌러덩 뒤로 자빠지지요;; 약간의 관절강화 보정을 한다면 좋아지기야 하겠지만, 순정상태에서의 허약한 관절은 역시 거시기합니다. 쩝.

또한  머리의 모노아이도 가동은 가능한데, 머리 뚜껑을 열고 앞의 클리어부품을 떼어내기가 좀 힘들어서 상당히 귀찮습니다;; 애매하게 뒤쪽에서 지렛대로 움직이는 자쿠보다 고정이 잘 된다는 점은 좋은데, 조금 더 신경써서 배려해주었다면 좋았을 껄..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입니다.

구프의 퍼런 사출색은 원작에 충실한 색감이라 생각되지만, 개인차가 심한 편입니다. 파란색 사출 자체가 원래 좀 사람마다 느낌의 차이가 극과 극을 달리는 듯.. 색분할은 당연히 완벽합니다. 가슴의 두 개의 주황색 세모 부분도 히트샤벨과 같은 투명연질부품을 사용하여 느낌이 독특하구요.

란바랄의 피규어는 이미 자쿠I에 들어있기 때문에, 구프에는 마누라인 하몬 랄의 피규어가 들어있습니다. 전형적인 중년아저씨 몸매인 란바랄과 너무 심하게 늘씬한 하몬은 언제봐도 그닥 어울리는 커플은 아닙니다. (분명 우리가 모르는 뭔가 있을게야...;;)

전체적으로 자쿠보다 훨씬 개선된 품질, 그러나 허약한 관절이 발목을 잡는 킷입니다. 물론 가만히 세워두기만 한다면 문제되지야 않겠지요 ^^; 구프의 악마적 카리스마가 아주 잘 살아있는, 디테일과 프레임, 프로포션에서 일단 먹어주는 킷이기 때문에 구프의 팬이시라면 부담없이 질러도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