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이책을 처음 봤을 때 그야말로 경악 그 자체였습니다.
당시 저는 고등학생이었는데.. 그때도 건프라나 만화,애니등에 심취해 있던
때라 모델 그래픽스에 간간히 나온 것들은 흥미롭게 봐오긴 했었죠.
그 결과들을 집대성한 이 책이 나왔다며 친구놈이 사왔길래 (당시를
기억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명동/회현상가쪽에 이런 책 파는 곳이
많았습니다) 펼쳐보곤 입이 떡 벌어졌었죠.. 허거덩..
건담 센티넬은 애니화를 배재한, 소설과 메카닉 디오라마를 구현하기 위한
기획작이었습니다. 제타이후의 시대를 배경으로, 상당히 복잡하고 정교한
메카닉 디자인에 근거한 프라모델기획과 사진+소설의 잡지연재작이었지요.
이책은 그러한 건담 센티넬의 세계를 모두 정리하여 하나로 담은
책입니다. 보시다시피 소설원작과 모든 디오라마 사진들, 설정 및 프라
소개, 개조, 인터뷰 등이 집대성된 호화판 서적입니다. 실제 센티넬
기획과 제작, 연재는 87~89년 동안 이루어졌으며, 이책의 초판은 89년(무려
15년전!)에 나왔습니다. 물론 저도 당시에 샀는데 하도 오래봐서 걸래가
되었기에 얼마전 깨끗하게 재판된 책을 새로 구했습니다.
이책이 주는 놀라움은, 무려 15년전의 내용임에도 지금에 견주어봐도 전혀 손색이
없는 디자인과 메카닉, 설정과 기획입니다. 그리고 반다이의 주요 건프라
라인업인 MG, HGUC, PG의 리파인 디자인과 프라 원안 설계를 하고 있는,
현존하는 가장 잘 나가는 메카닉 디자이너 가도키 하지메의 "원맨쇼"에
가까운 책입니다.
보시다시피 이책에 인물얘기는 별로 없습니다(^^;) 메카닉으로 시작해서, 메카닉으로
끝나는 책이죠. 정말 놀라운것은 1963년생, 불과 24~2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이만한 경지의 메카닉 디자인 세계를 완성한 가도키 하지메의
천재적 능력입니다. 15년 지난 지금도 건프라계에선 거의 지존에 가까운
인물이지만,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디자인의 필치나 완성도가 차이가
없습니다. 보통 디자이너나 만화가들이 해가갈수록 필치가 다듬어지고
완성되어 가는데, 가도키상은 이미 15년전에 절정의 수준에 달했다고
볼 수 있겠죠..
물론 가도키가 주름잡는 건담 디자인계를 부정적으로 보는 골수 건담 매니아분들도
많지만, 대부분 가도키의 천재성에 대해선 수긍들을 하게됩니다. 저의
경우는 15년전 이책을 접한 후로 쭈욱 가도키의 팬이었지만, 저역시도
조금은 너무 1인 독재가 길어져서 획일화 되는게 아닌가 싶은 아쉬움도
있긴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죽지않는 그의 날카로운 펜끝은 상업적
가치가 높으니 아직도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겠지요. (얼마전 윙얼리
ver. Ka의 초절정 인기사태를 봐도 그렇죠..) 여하튼 지금봐도 놀라운데
15년전에 봤을땐 어땠겠습니까.. 뒤집어 지는줄 알았습니다. ^^;
뭐, 반다이 건프라가 가도키 중심으로 초기설계에 들어가기 때문에 건프라
개발자들도 가도키 숭배자들이 많아서 센티넬의 열혈 팬들이 많고, 그래서
MG의 센티넬 라인업의 퀄리티가 장난이 아니게 된 것이기도 하지요.
어쨋건 이 책에선 가도키의 메카닉 디자인 설정, 그에따른 개조/스크래치
빌드작, 그리고 뽀나쓰로 가도키가 직접 그린 만화와 일러스트 등 거의
모든 곳에서 가도키 냄새로 가득합니다.
저도 오랫동안 건담 관련 서적을 모아왔지만, 정말 이책만큼 내용이 다양하며
깊이있고 호화롭고 볼거리 많은 책은 없는 듯 합니다.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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