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의 건프라는 MG 제타2.0의 폭풍으로
시작되었지만, 이는 실제로는 2005년 12월에 발매된 제품의 열기가 해를 넘어온 케이스입니다. 2006년의 실질적인 첫 신규
MG는 바로 네모!
역시 제타 극장판의 여파로 보여지는 라인업으로써,
1년전쟁의 짐과 같은 양산형 MS입니다. 예상못할 MG까진 아니었지만, 이런 양산형 MS로 2006년의 첫 포문을 열었다는 점은
여러 가지로 의미심장합니다요. ^^ 일단 예상대로 상당한 고품질, 그것도 그동안의 각종 잡다구리한 테크닉이 나름대로 총동원된
키트입니다.
우선 색분할 따위는 당연히 완벽하게 해주는게 최근
MG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데, 네모는 여기서 좀더 발전하여 교묘하게 진화되어온 접합선 가리기 신공이 난무합니다. 다리의 교묘한
장갑분할이야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팔의 접합선을 가리기 위한 요상한 부품분할은 나름대로 참신한 느낌입니다.
또한 여타 메이저급 MG에서나 볼 수 있는 완벽한 전신
프레임이 돋보입니다. 몸체는 물론, 어깨장갑과 팔, 다리 등등, 대단히 섬세한 디테일이 잘 살아있지요. 다리에는 여기저기
3군데씩의 가동식 실린더를 심어놓았으며, 특히 발목 앞뒤의 실린더 가동 기믹이 상당히 괜찮습니다. 막투와 마찬가지로 무버블 프레임
구조를 가진 MS로써, MG 네모의 설계 초기부터 전신 메카닉 프레임을 구현하기위해 여러 가지로 머리쓴 흔적이 역력합니다.
가동성 부분 역시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구현된다고 볼
수 있는데, 완전히 90도로 올려지는 어깨기믹이라던지, 매끈하고 완전하게 접혀주는 팔과 이중분할된 발, 장갑의 마찰한계까지
접혀주는 다리 등등, 가동성도 수준급입니다. 다만 종아리쪽 버니어가 하도 커서, 구조적으로 다리가 완전히 접히지 못하는 한계가
있긴 합니다.
여기에다가 PG 스트라이크나 MG 페담, 막투 2.0에
적용된 다리연결부의 이동기믹까지 적용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무릎앉아류의 자세가 더욱 자연스럽게 구현되는데... 언뜻 생각하면
막투나 페담수준의 주인공급 기체에나 적용해주는 고급옵션이라고 생각했는데, 양산형의 대표주자중 하나인 네모에까지 적용되다니 왠지
묘한 감흥이 일어납니다. 마치 반씨네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뭘 이런걸 갖구.. 이런건
이제 기본이지. ㅋㅋ"
지금까지 본적없는 약간 묘한 슬라이드 방식으로
접이기능이 구현된 쉴드라던지, 180도 접힘이 가능한 손목, 또 간단개조로 다섯손가락이 개별 가동될 수 있도록 배려해준
부분이라던지, 최근 사용된 참신한 테크닉은 거의 다 적용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3000엔도 안되는 저가형 MG인데도
말입니다!
전체적인 관절강도도 적당해서, 헐겁지도 뻑뻑하지도 않고
아주 좋습니다. MG 막투 2.0은 약간 건들거리는 느낌이 있었는데, MG 네모는 그런 느낌도 없이 타이트하게 각을 잘
잡아주지요. 게다가 MG 막투 2.0의 최대 약점중 하나인 허리가동 역시, MG 네모는 그럭저럭 허리가 돌아가는 느낌을 받도록
가동됩니다.
리뷰를 하는 관점에서는, 외부 장갑의 탈거가 쉽다는
점도 나름대로 매력입니다 (^^;) 종아리의 대형 버니어는 해치오픈 되듯이 위로 훌렁 열려주는 재롱도 부리지요. 두부의
클리어파츠가 휑한 클리어색상이 아닌 클리어 오렌지계열로 사출되어 나온 것도 맘에 듭니다.
이런 가격에 비해 호화스런 각종 옵션들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눈에 거슬리는 부분은 존재합니다. 우선 가장 거시기한 부분은 손목부. 손목이 조금 잘 빠지는 것까지는 이해해줄 수
있는데.. 위 사진에서도 나와 있듯이, 손목 바로 위에 팔쪽으로 고정되는 (즉 손목의 폴리캡을 가려주는) 부품의 고정이 대단히
애매합니다.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냥 팔목 폴리캡이 얹어 끼우는 정도로만 설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손을 많이 사용하는
오른손의 경우 손목 가동중에 툭하고 빠져서 손목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그렇다고 본드로 고정하기도 뭔가
모르게 조금은 애매한 부분이지요. (폴리캡에 본드칠을 해야 제대로 모양이 나오는지라)
개조형 손가락 역시, 악력은 확실히 그저그렇습니다.
단지 손 바닥에 무장을 고정하는 핀이 있어서 크게 문제없는 것일 뿐이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빔라이플에는 달려있는 손 바닥
고정용 홈이 빔사벨에는 없어서, 빔사벨을 잡을 때 약간 각이 잘 안나옵니다. 별 어렵지도 않은 기능인데 빔사벨만 빼먹은 이유가 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지요.
그리고 이건 디자인 관점에서의 구조적 한계이긴 하지만,
종아리 버니어 때문에 생각보다 다리 가동의 범위가 좁다는 점도 종종 불평의 대상이 됩니다. 푸르딩딩한 사출색은 분명 원작의 컨셉에
잘 부합되지만, 색상 특성상 사람에 따라 싸굴틱 또는 식완스럽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구요. 참고로 네모에 사용된 녹색계열의
사출색은, 디카로 정확히 잡아내기 힘든 색상중 하나입니다. 실제보다 더 진하게 보이는데.. 실물은 위의 사진들보다 좀더 밝은
계열의 녹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또 무장이 매우 단촐한 점도 불만사항일 수 있지만, 이점은 원래 설정 자체가 좀 그런데다가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무마될 수 있을 듯 합니다.
물론 전체적인 품질이 워낙 고품질이라 그냥 트집잡느라
잡아본 것들일 수도 있지만, 좀만 신경쓰면 더 완벽해질 수 있는 부분들인지라 아쉬움도 많이 남는게 사실입니다.
최근의 반씨네 기술적 수준으로 봐서는, 이정도로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하이 퀄리티의 MG가 나오는게 하나도 이상하진 않습니다. 다만 그 대상이 양산형의 대표주자인 네모라는 점이
뭔가 모르게 "의외다!" 라는 느낌을 주는 것 같군요. 양산형이지만,
제일 많이 죽어나가는 불쌍한 사병이지만, 만들고 나면 뭔가 특별한 놈같은 느낌을 준달까요? 그야말로 환골탈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MG 백식+밸류트 팩의
밸류트팩을 장착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센스는 나름대로 기특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MG 릭디아스나 하이잭은 MG 밸류트팩이 나오기
전에 발매되는 바람에 운나쁘게 제대로 달아줄 수 없지만, 네모만큼은 그래도 밸류트팩을 걸쳐놓을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요? ^^;
다만.. 완전히 제짝은 아닌지라 완벽하게 달라붙듯이
장착은 불가능하고, 그냥 걸쳐놓은 느낌으로 겨우 장착이 가능합니다. 좀만 건드리면 와르르 무너지는..;;; 그래서인지 매뉴얼에서도
밸류트팩 장착 사진이 없고, 그냥 말로만 "밸류트팩도 한번 달아보셈"이라고만 써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네모의 다리 양쪽에 달린
고정기믹은 밸류트팩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되려던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정확히 밸류트팩에 맞춰진 모양새나 크기도 아니라서
밸류트팩이 딱 고정되지도 않는데다가, 밸류트팩은 바깥쪽 종아리에만 장착하면되는데 안쪽 종아리까지 다리 양쪽에 고정기믹을 만들어 둔
저의가 무엇인지.. 흠흠..
함튼 결론적으로 MG 네모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800엔이라는 가격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킷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양산형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반씨네의
센스에 한표 던져주지 않을 수 없는, 초 하이 퀄리티 MG가 또하나 탄생한 셈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가격대비 손맛 만족도는
최고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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