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01, GP01FB에 이어 연속으로 MG GP02가 출시되었습니다. 0083 시리즈에선 가장 강렬한 카리스마를 가진 건담으로 추앙받았었는데.. 예전에 나온 1/144 non-grade GP02는 사상 최악의 프로포션중 하나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었습니다. 하도 예전 구판이 개판으로 나왔어서인지, 상대적으로 이 MG GP02의 모든 점이 너무나도 돋보입니다. ^^;
꽃이름을 기체명으로 하는 0083의 전통에 따라, GP02는 Physalis라 불리웁니다. 사이사리스 혹은 사이살리스라고 부르는 (피살리스가 아닙니다) 이 명칭은 꽈리꽃을 의미하는데, 꽈리꽃의 꽃말은 바로 '거짓'을 의미하지요. 보통은 그냥 살사리 라는 애칭으로도 부릅니다. (강아지 이름 같습니다만 ;)
원래 GP02 자체가 건담들 중에서도 탑랭킹을 달리는 등빨형 MS인데, MG GP02는 그 거대한 등빨의 카리스마를 200% 완벽재현해놨습니다. 등빨, 뽀대, 육중함.. 어느 단어를 갖다 붙여도 잘 어울리는 감동적인 프로포션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저 뚱뚱하기만 한게 아니라, 빠질 곳은 빠지고 두툼할 곳은 두툼하게 정말 "잘 빠진" 덩치이죠. 나름대로 시대를 앞서갔던 가와모리 쇼지의 디자인이 각선생 손을 거치며 심하게 환골탈태한 케이스입니다.
뚱땡한 덩치에 비해선 가동성은 평균이상의 좋은 가동성을 보여주는데, 어차피 워낙 등빨있는 놈이다 보니 조금만 자세를 잡아도 무지 역동적으로 느껴집니다. 게다가 관절도 튼튼한 편이니 금상첨화! 이전의 GP01들이 쪼까 거시기한 관절을 보여줬다면, GP02의 몸체 관절 자체는 적당히 뻑뻑해서 자세 고정이 잘 됩니다. 허리 볼조인트가 불필요하게 길어서 허리의 고정이 좀 애매한 면이 있지만, 최소한 헐겁지는 않습니다. 만족스러운 관절강도입니다.
다만.. 많은 분들이 GP02를 만들고 나서 당황해하는 부분이 바로 쉴드의 고정 문제입니다. GP02는 GP01들과 달리 악력도 튼튼하고 좋은 편입니다. 그런데 이 악력을 잘 사용하여 쉴드를 잡아야 하는데.. 거대한 쉴드를 바닥에 놓은채 손으로 잡아야 안정될텐데.. 막상 바닥에 내려놓으면 손잡이에 손이 잘 닿질 않습니다 (-_-;;) 그래서 발꼬락에 올려놓고 잡으면 잡히긴 한데, 이러면 또 크고 무거운 쉴드가 공중에 대롱대롱한 모양새가 되서 얄쌍한 팔이 그 무게를 잘 잡아주지 못합니다.
여하튼 크고 볼륨감 끝내주는 쉴드긴 한데.. 제대로 잡고 있게 해보려고 이리저리 노력하다 성질 버린 분들이 많습니다. 그냥 적당히 포기하고 몸에 살포시 기대주거나(;;), 또는 쉴드가 너무 커서 멋진 몸체를 가리므로, 저처럼 아예 쉴드를 빼놓고 디스플레이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것도 방법이냐...? 쿨럭;;) 어쨌건 GP02 킷을 얘기할 때 늘 구설수에 오르는게 바로 이 쉴드의 고정이 그지같다는 점.. 옥의 티가 아닐 수 없습니다.
GP02의 어깨 버니어를 옆으로 쭉 펴면, MG 큐베레이를 능가하는 수준의 폭이 나옵니다. 게다가 어깨 버니어 끝을 90도 꺽어주면, 안쪽의 버니어가 연동되어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주는 서비스까지! (직접 갖고놀면 재밌습니다!) 양 어깨를 편 채로 아토믹 바주카까지 결합해서 액션포즈를 잡으면, 그야말로 뽀대가 죽음입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오지요..
GP시리즈들의 특징중 하나가 다리에만 프레임이 있다는 점인데.. 몸체나 팔에 없다는게 좀 아쉽긴 하지만, 여전히 다리 프레임의 디테일만큼은 최상급 수준입니다. GP02의 다리 프레임도 두툼~하고 묵직하면서 디테일이 굉장히 좋습니다. 다리 장갑 안쪽의 몰드도 다른 최신 킷들보다 더 정교합니다. 오히려 최신 킷들이 갈수록 좀 정형화되고 밋밋해지는게 아닌가 싶은데, GP02의 다리 프레임을 보면 초기 개발자들의 장인정신이 느껴집니다. 신경좀 써주신 듯~ 땡큐~
어쨌든, 뽀대에 약한 분들에겐 초울트라슈퍼강추 아이템이며, 0083 팬이신 분들께도 강추아이템입니다. 기본적으로 GP01들보다 전체적인 품질이 한단계 위이기 때문에 큰 부담없이 질러도 될 만한 킷이죠. 13번째 나온 초기 MG라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깔끔한 퀄리티입니다. 무엇보다, 살사리만이 가진 이 특유의 중량감은.. 어느 킷에서도 맛보기 힘들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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