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0083 애니를
무척 좋아하고, 또 거기에 등장하는 메카닉들에 많은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0083의 디자인들을 보면, 15년 정도된 디자인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세련되고
미려한 감각이 넘쳐 흐르지요! 마크로스의 메카디자이너인 가와모리
쇼지가 디자인한 제피랜더스는, 또다른 천재 메카디자이너
가도키 하지메의 손을 거쳐 초세련된 MG로 거듭났습니다.
형식명 GP01(Gundam Project
01), 기체명은 제피랜더스(Zephyranthes). 제피랜더스는 백합목 수선화과에
속하는 꽃 이름입니다. 0083 기체명들이 이런 꽃이름을 따서 지어졌죠.
애니 방영당시에 나왔던 1/144 0083 킷들은 역대 최악의 평가를 받는
짜리몽땅 프로포션의 대명사였습니다. 저도 당시 열심히 칠도 해주고
만들었었지만 지금은 어디 박스 구석탱이에 넣어두고 꺼내보지도 않습니다..
(쿨럭;) 그 멋진 디자인을 고로콤 망쳐놓다니 흑흑.
그래서인지 95년도에 MG가
출범한 후에, 이 멋진 GP 시리즈들의 재탄생을 간절히 기다려왔었지요.
발매 및 입고 소식과 함께 얼른 만들고싶은 마음에 자주 가던 오프샵에
입고확인후, 급히 차몰고가다 과속딱지를 떼서 거의 10만원에 사 버린
킷이기도 합니다. (왜 이런 것만 또렷히 기억나는게냐;;) 집에와서 뚜껑을
열어보고 환호하고, 만들고 나서는 감동의 눈물(아마도 박봉에 딱지값이
아까왔던 것도 일부 포함된..)을 흘렸더랍니다.
이 킷은 97년도에 발매된
10번째 MG킷 (variation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5번째 금형)으로써,
MG의 역사를 보면 꽤 구판에 속하는 초기작입니다. 그러다보니 리뷰를
업그레이드하는 시점인 지금 2005년의 최신 킷에 비하면 당연히 부족한
부분들이 있겠지만.. 불과 다섯 번째로 설계된 MG 금형으로 보기엔 정말
고품질의 킷입니다. RX-78와 자쿠, 제타, 겔구그 등에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친 후, 거기서 보다 업그레이드된 기술 경험, 그리고 초기의
장인정신이 짬뽕된, 나름대로의 명작 킷입니다. 최신 킷들이 품질은
좋지만, 점점 정형화되면서 개발자의 혼을 느끼기 힘든 현실에 대비해
보면, 오히려 초반에 나온 게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창의적인 MG입니다.
우선 그 말도안돼는 구판과는
차원이 다른 프로포션을 보여줍니다. 너무 심하게 늘씬해진 프로포션이라
평가가 엇갈리긴 하지만, 세련되게 잘 빠진 것만큼은 분명하지요.
쭉쭉 뻗은 다리와 날씬한 팔다리.. 조금은 더 육중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어쨌든 미려합니다..
MG 제피의 가장 큰 미덕은
아마도 세밀한 디테일인 듯 합니다. 오버스런 밀리터리식 패널라인으로
평가가 좋지 않았던 MG RX-78 v1.0과는 달리,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적당히
추가된 패널라인들이 인상적입니다. 군데 군데 많은 패널라인 때문에,
먹선을 넣기 전과 후의 차이가 극명한 킷이기도 합니다. 먹선만 제대로
들어가도 상당한 화장빨(?)을 자랑하는 킷이지요. 코어파이터가 수납되는
몸통 때문에, 내부 프레임은 다리에만 있다는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지만,
다리 프레임의 디테일은 최신 킷 못지 않게 세밀하고 정교합니다.
특히 몸속에 코어파이터가
수납되는 설정을 완벽하게 재현해주었다는 점이 당시로썬 꽤 참신하고
놀라왔습니다. 워낙 복잡하게 생긴 형태의 변형이라 과연 티안나게 잘
구현될지 걱정됐었는데, 수납과 분리, 변형 모두 완벽합니다. RX-78에
비해 훨씬 크고 세련된 코어파이터 역시 색분할도 잘되어 있고 스타일도
좋습니다.
사출색은 완전히 하얀색은
아니고, 아주아주 야~악간 녹색끼가 도는 아이보리색입니다. MG 제타
사출색과 비슷한 색감이지요. 이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긴 한데, 뭐 나름대로의
개성으로 봐줄 수 있는 듯.. 나머지 색상들을 이용한 색분할은 상당히
잘 되어 있어서, 일부 스티커 처리를 제외하면 설정색은 거의 온전히
구현됩니다.
초기MG임에도 불구하고,
가동성은 다소 의외롭게도 좋은 편입니다. 팔은 이중 관절로 완전접힘이
가능하고, 다리도 장갑이 허용하는 한도까지 접혀줍니다. 다만 전체적인
관절구조가 역시 구식이라서, 실제로 액션포즈를 취해보면 생각보다는
조금 덜 자연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원래의 팔다리 꺾임을 충분히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는 못한 느낌.. 그래도 프로포션이 좋고 오밀조밀하게
생겨서, 액션포즈를 잡아주면 꽤 폼나는 놈이죠.
이런 초기작이라는 단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위는 바로 관절강도... 팔 다리의 관절강도는 평균이하의
수준으로써, 헐렁함쪽에 더 가깝습니다. 특히 다리와 몸체가 연결되는
부위와 무릎부위는 많이 헐렁합니다. 대신 몸체 자체가 날씬하고 가벼워서,
가만히 잘 세워놓은 후에는 혼자 자빠지진 않습니다. 만지면 흐믈렁 거리는게
문제죠 ^^; 특히 과격한 액션포즈를 취한 경우에 불안정감을 느끼게
되죠. 대신 관절부에 순접신공을 발휘하여 적당히 보강하면 당연히
많이 좋아집니다 :-)
어쨌든 비록 고전의 설계방식이라서
관절부가 헐렁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구석구석 디테일과 전체적인 구조를
잘 보면 아직까지 개발자의 혼이 남아있는 MG중 하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지요. 만약 제피랜더스를 좋아하지만, 초기 MG의 품질 때문에 주저하신
분이라면 일단 지르시길 권합니다. 부분별 평가에 따른 점수는 어쩔
수 없이 낮을지 몰라도, 실제로 만들어보면 적어도 허접한 킷이라는
생각은 결코 들지 않는 나름대로의 추억의 명작이니까요! 게다가 가격도
최하수준인 2500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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