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X-78 v1.0에 이어 두 번째로 나온 MG는 당연히 "자쿠II"였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샤아전용기가 먼저 출시되었습니다. 전체적인 킷 구성과
컨셉은 RX-78 v1.0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당시로썬 혁신적인 시도의
연속...
우선 사출색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샤아 특유의
분홍컬러가 좀 사굴틱하게 나왔다는 평이 많습니다. 이 분홍색이 디카로는
정확하게 집어내지 못해서 사진상에선 좀 덜 이상해보이지만, 직접보면
뭐랄까.. 전형적인 불량소세지 색상입니다;; 한참 나중에 발매된 HGUC
샤아 자쿠나 MG 샤아용 릭돔, 즈고크의 차분하고 깊은 분홍색과 상당히
비교되는 사출색입니다. 식완스러운 색상이랄까? 함튼 사출색에 대해선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녀석입니다.
사출색을 떠나, 본체 자체만 보면 초기 MG의 과감하고
혁신적인 시도가 여러 군데서 발견됩니다. RX-78 v1.0도 95년 발매 당시엔
여러 참신한 시도로 많은 충격을 주었지만, MG 자쿠II는 RX-78 v1.0보다도
좀더 세심하게 신경쓴 흔적들이 보입니다.
우선 대단히 리얼한 동력파이프.. 연질 관에 금속 스프링을
덧씌우고, 파이프를 한가닥 한가닥 끼워서 만드는 동력파이프의 느낌은
95년 당시엔 정말 센세이션이었습니다. 물론 실제로 만들려면 동력선
가닥을 하나하나 다듬는 노가다의 압박이 만만치는 않지만, 어쨌든 완성후에
파이프의 질감은 최고였지요. 파이프 가닥 사이사이로 보이는 금속스프링의
느낌도 좋습니다.
또한 전체적인 프로포션 역시 지금봐도 아주 어색하진
않은, 묵직한 느낌을 주는 좋은 프로포션입니다. 프로포션 만큼은 RX-78
v1.0보다 확실히 한수 위라 보여집니다. 무장 역시 RX-78 v1.0에 비해
풍부해서, 기본적인 자쿠 머신건과 히트호크와 바주카 말고도 마제라탑포,
스트룸 파우스트 등등 2500엔이라는 가격을 생각해보면 푸짐한 선물입니다.
메카닉 프레임은 머리와 백팩, 다리 등지에 일부 적용되었는데,
아무래도 초기 MG다 보니 디테일적인 느낌은 썩 좋지는 않습니다. 그저
시도 자체에 감사할 따름. 대신 몸체 구석구석의 많은 패널라인과, 장갑
안쪽까지도 일부 몰드를 넣어주는 등, 전신에 걸쳐 당시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의 디테일을 살려보려 했던 개발자의 장인정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MG 자쿠II 는 초기 MG라서 당연히 여러모로
단점을 많이 안고 있습니다. 우선 헐렁한 관절들.. 특히 팔뚝과 무릎관절이
약한 편이고, 손가락 악력도 별로라 무장을 들고 있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좀 움직일라 치면 투두둑 빠지는 동력파이프들도 주의대상입니다.
여러모로 전체적인 내구성은 별로입니다.
가동성 역시.. 팔과 다리는 그래도 기본 90도는 꺾여주지만,
막상 뚱뚱한 발 때문에 발목 가동에 제한이 심하고, 결정적으로 가동식
스커트들의 동작범위가 너무 심하게 좁아서 다리를 크게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위의 액션 포즈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취할 수
있는 자세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저 다리 약간 벌리고 세워주는 정도?
어쨌거나 저쨌거나, 초기 MG라 여러 단점을 안고야
있지만, 가만히 세워만 두기에 나쁜 스타일은 아닙니다. 가격도 저렴하면서
300개가 넘는 부품 등, 내용도 푸짐한 킷이죠. 사출색의 압박만 이길
수 있다면, 그분 전용의 바로 그!! 분홍빛 자쿠라는 엄청난 메리트도
존재하지요. 10년이 지나 리뷰를 다시 업그레이드 하는 시점인 2005년에서
보면 품질에 대해 좋게 평가할 수 없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개발자들이
MG RX-78 v1.0에 비해 더욱 많은 신경을 써준 녀석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구석 구석 깃들어 있는 장인정신과 혁신적인 시도를 재발견하며 아직까지도
95년 당시에 처음 봤을 때의 놀라움과 감흥을 되새김질하게 됩니다.
최신의 고품질 MG만 만들어보신 분들이 이 킷을 만든다면,
품질적인 면에서는 거시기함을 느끼겠지만, 묘한.. 뭔가 묘~한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예전에 초기 MG개발자들이 참 열심히 설계했었나
보구나.. 뭔가 좀 어수선한거 같긴 하지만 별별데 신경을 다 썼구나..
뭐 그런 느낌입니다.
MG 자쿠는 이 샤아전용 자쿠II를 시발점으로 하여 계속하여
다양한 variation이 출시되었고, 기본적인 킷 특성은 똑같지만 다양한
색상과 스타일로 발매되어왔습니다. 고로 다양한 선택도 가능하기 때문에,
건프라 매니아라면 예의상 여러 MG 자쿠중 하나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할 듯! ^^+
이렇듯 초반 MG들은 마치 건프라에 밀리터리적 느낌을
주입하려는 듯, 디테일 업 파츠와 기계적 기믹을 강조한 녀석들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체적인 MG 품질은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왠지 정형화
되어가는 최근의 MG와 비교해서 이러한 초기 MG의 도전적인 장인정신이
그리워지기도 한 것이 비단 저뿐만은 아닐거라 생각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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