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여름, 건프라의 대대적 부흥을 알리는 기념비적
키트가 출시되었습니다. 반다이 궁극의 라인업이라 불리우는 마스터
그레이드 시리즈의 첫 타로는 당연히 주인공인 RX-78-2 였습니다. 리뷰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진 2004년의 관점에서보면, 첫 MG인 RX-78은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 킷이 출시된 1995년도에는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었지요.
우선, 2500엔의 고가(당시기준)에 많은 런너와 부품들은
많은 건프라 매니아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으며, 당시에 회자되던
놀라운 특징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일부 구현된 내부프레임과 해치오픈 - 이전의
키트와는 레벨이 다른 색분할에 의한 설정색 구현 - 4종류나 되는
다양한 스티커와 드라이데칼의 도입 - 비교적 우수한 가동성 (이전에
비해) - 코어파이터의 정밀한 표현 및 별도의 코어블록의 도입으로
매우 럭셔리한 느낌을 줌 - 매우 고급스러운 매뉴얼 - 뛰어난
디테일 - 월등히 개선된 프로포션
등등, 여러모로 센세이션이었습니다. 역시 구판에 비해
가장 확실하게 변해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프로포션이 아닐까 싶습니다.
팔과 다리의 이중 관절의 도입과 전체적인 자세는 정말이지 구판과는
전혀 비교불능 수준의 월등함이었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프로포션은
향후 MG 라인업 프로포션의 모태가 되었으며, 각도기자세라 불리우는
프로포션으로 완성되어가게 되지요.
코어파이터의 경우, 몸체에 집어넣기 위해 설정에 비해
무척 작게 만들어지긴 했지만, 색분할도 잘되어 있고 디테일도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다만 수직미익부는 여전히 착탈식으로 되어 있어서 다소
아쉬웠습니다. (향후 MG 건캐논 에 와서는 내부수납식으로 변경되긴
합니다만) 몸체 내부에 수납용으로 별도의 코어블록을 넣어준 것은 참으로
신선하고 좋은 시도였습니다. 덕분에 몸체를 완성해놓고도 코어파이터도
별도로 전시가 가능해졌지요.
무장은 빔샤벨, 바주카, 빔라이플 정도로 기본무장에만
충실한 수준입니다. 각 무장 역시 구판에 비해선 월등히 모양새가 좋아졌지요.
바주카는 궁뎅이에, 빔라이플은 옆구리에, 쉴드는 백팩에 장착도
가능하게 만드는 등, 세심한 곳에 신경이 많이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이 첫 MG 킷의 특징 중 한가지는 요란한 스티커처리입니다.
기본적인 반투명 재질의 스티커와 드라이데칼은 당연히 기본이고.. 거기에
은박스티커와 독특한 스티커 한가지가 더 추가로 들어 있습니다. 은박
스티커는 각종 덕트 부위에, 약간 불투명한 재질의 파란색/흰색 스티커는
몸체 각부에 접합선을 가리는 용도로 붙이는 듯 한데, 어찌보면 해치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려 한 것 같기도 하고.. 좀 애매한 용도입니다. 모양도
그저그렇구. 그래서인지 이 스티커는 초기 MG 킷을 제외하곤 채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이후 MG의 기본이 된 고품질의 드라이데칼은 발매당시엔
꽤나 cool했던 기억이 납니다. 더군다나 특이하게도, 어깨부에는 이미
데칼링이 된채 출시되어 있습니다. 처음볼땐 신기하긴 했는데... 같은
모양의 데칼이 이미 드라이데칼에 들어있기도 하고, 도색자 입장에선
전혀 무용지물이고 해서인지, 이렇게 데칼까지 붙여진 부품은 초기
MG들 몇종까지만 쓰이다가 이후로는 사라졌습니다. 그냥 반씨네의 특이한 시도중
하나였지만 실효성이 적어서 그만 둔 것 같습니다.
초기 MG (RX-78 & Zaku 시리즈)에는 특이하게 디테일
업 파츠들이 수십개정도 들어있는데, 남는 런너 구석에 촘촘히 박혀있습니다.
주로 기체 고정용 고리류가 많은데(사진 참조) 있으면 나름대로 쓸모있는
녀석들 같긴 합니다만, 이 역시 반응이 안좋았던건지 아니면 원가상승요인이
되는 건지 이후의 MG 킷에서는 없어졌습니다. 있어서 손해볼 껀 없는
것 같은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지요.
뭐, 특이한 점도 많지만 아무래도 초기 MG다보니 단점도
무지 많습니다. (^^;) 색분할이 완벽하진 않아서, 무릎 뒤와 발목부가
휑한 하얀색으로 되어 있어서, 부분도색을 추가하였습니다. 가동성 역시
이중관절이란 말이 무색하게 90도가 겨우 꺾일까 말까한 수준이라, 지금
보면 상당히 후달리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관절 강도가 대체로 애매~해서
좀 헐렁한 감도 있고, 특히 팔꿈치관절은 너무 쉽게 빠져 버리기도 합니다.
몸체에 패널라인도 너무 과다하게 들어가 있어서 지저분한 감마저 들지요.
몸체 패널라인 형태는 개발자들이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본게 아닌 가
싶습니다. 아마도 악평이 자자했는지 이후로는 대부분 절제된 패널라인을
통해 깔끔함을 추구하게 되었지요. 접합선에 대한 배려도 거의 없고,
부품간 단차도 좀 큰편입니다. 역시 초기 MG..
어쨌건, 품질면으로 본다면 당연히 MG 중에선 중하급의
녀석인데다가, 향후 v1.5 가 발매되면서 상품의 구매가치는 크게 떨어진
녀석이긴 합니다. 굳이 의미를 찾자면, 최초의 MG라는 영광스런 킷이라는
점이 아닐까 싶네요. 또한 새롭게 시작한 마스터 그레이드라는 등급이다
보니, 여러 가지 실험적인 시도가 (지금 시점에서 보면) 오히려 참신하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만약 퍼스트 건담중에 무얼 고를까 고민중이라면, 당연히
무조건 이 v1.0 버전보다는 나중에 출시된 v1.5 버전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본인이 퍼스트 건담의 열렬한 팬이고, MG 시리즈의 매니아라면
하나정도는 예의상(?) 갖추고 있을 만한 킷이기도 합니다. 품질은 좀
떨어져도, 뭔가 모르게 새롭게 시작하는 시리즈를 위한 많은 노력과
고민, 시도와 실험정신이 느껴지는 킷입니다. 뭐랄까, 아직 기술은 좀
부족하지만 개발자의 굉장한 의욕이 느껴지는 킷이라고 할까요.. 어쨌건
많은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녀석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