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색분할의 한 길을 걷고 있는 고토부키야가 놓칠리
없는 아이템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버추어온 시리즈 메카닉입니다.
버추어온은 세가가 버추어 시리즈로 3D 게임계를 선도하던 90년대초,
3D 로봇 격투라는 신개념 장르로 발매되었던 명작 게임입니다. 독특한
조작성과 현란한 3D 그래픽은 당시로서는 그야말로 "혁명적"이었다고
할 수 있지요.
여기에 나오는 각종 개성있는 메카닉들은, CG 기술의
발전에 힘업어 매우 현란하고 요란한 색조합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리고
이 버추어온 메카닉의 디자이너는 바로 가도키 하지메.. 각선생의 BT스러운
디자인감각이 절정으로 발휘된 디자인이라 할 수 있지요. 그리고 결코
외형만 봐서는 절대 프라모델로 제대로 나오기 힘들었다고 여겨졌으나,
하세가와가 엄청난 양의 데칼링을 앞세운 프라모델로 먼저 탄생시켰지요.
하세가와의 버추어온 시리즈는 이른 바 "우주인
전용" 킷으로서, 그 현란한 색조합을 살벌한 데칼링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데칼의 양도 많지만, 붙이기도 상당히 까다로운 상황이라
지구인들은 섣불리 손대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고토부키야의 버추어온은 이러한 하세가와와는 정반대의
컨셉으로서, "지구인 전용"에 가까운 킷입니다. 그동안 갈고닦은
색분할 신공을 유감없이 발휘해서, 검은색을 제외한 부분은 거의 퍼펙트하게
(징그러울 정도로) 색분할이 잘 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부품수가 엄청나게
많긴 하지만, 위 사진에서 보다시피 가조만으로도 상당한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킷의 색분할을 자세히보면 위에 언급한 대로 검은색
부분만 색분할이 안되어 있는데, 처음에는 저도 조금 의아하긴 했습니다.
어깨나 다리 몸체 부분부분의 검은색 띠부분은 전혀 분할이 안되어 있고
나머지 색상만 분할이 잘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조립을 하면서
찬찬히 관찰한 결과, 검은색 부분까지 색분할하기는 아무래도 무리수가
있었고, 결정적으로 검은색 부분은 모두 건담마커나 먹선펜만 있으면
충분히 색상을 입힐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었습니다.
즉, 의도적으로 검은색 띠부분의 색분할을 깔끔하게
포기하고, 나머지 컬러풀한 색상만 분할하는 것으로 정책을 정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 방법은 실로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 수 없는데, 간단한
검은색 마커질만으로 설정색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설프게 이도저도 아니게 분할하느니, 차라리 검은색 만큼은 포기하고
나머지 색들을 살려준 셈이지요. 본 리뷰는 가조 상태를 보여주기 위해
아무런 작업 없이 진행되었으나, 정말 간단한 작업만 추가되어도 더욱
현란하게 완성될 듯 합니다.
부품분할에 치중하다보니 아무래도 놓친 부분들도 몇가지
있는데, 가동성 만큼은 확실히 좀 별로..입니다. 다리 가동성이 조금만
더 뒷받침되었다면 더욱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특히 고관절이
아쉬운데, 다리가 좀만 더 잘 벌어졌어도 좀더 쩍벌남스럽게 떡대좋은
이미지로 자세를 잡을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요.
반면 관절 강도는 그런대로 우수한 편이라, 딱히 헐겁고
늘어지는 부위가 없다는 점은 다행입니다. 부품이 워낙 많이 들어가서
킷의 무게가 상당히 무거운 편인데.. 관절마저 헐렁했다면 조금 아찔할
뻔 했습니다. 다만 팔과 어깨가 무거워서 어깨 볼관절이 헐거워질 소지가
있어보이긴 합니다. 특히 커다란 바주카 런쳐를 들고 있을 때는 팔을
들 수가 없어서 여기저기 바주카 런쳐를 잘 걸쳐놔야 포즈가 잘 잡힙니다.
라이덴 특유의 레이저 유닛도 아주 잘 재현되어 있는데,
가변식은 아니고 어깨를 완전히 교체해야 하는 방식입니다. 가변식으로
충분히 구현 가능한 디자인이지만, 내구성을 고려해서 교체식으로 결정한
듯 합니다. 실제로 조립을 하다보면, 아마도 초기 설계시에 어깨
장갑이 가변되는 것을 시도하려다가 말은 듯한 흔적이 보입니다. 교체식이나
가변식이나 일장 일단이 있는데, 어쨌든 교체식으로 오면서 고정성은
매우 좋아진 것 같네요.
다른 고토제 킷이 다 그렇듯이, 이 킷 역시 색분할이
복잡해서 본드칠이 권장되는 킷입니다. 스냅타이트라고 믿고 조립했다가는
작은 충격에도 이리저리 튀어나가는 부품들을 잡느라 정신사나울 소지가
있습니다. 제 경우는 하도 그런 경우를 많이 당해서 (-,-;) 아예 고토제
조립할 때는 싸그리 본드칠로 붙여버립니다. 그래야 정신건강에 이로운
듯..
대신에 부품들의 크기가 아주 작진 않아서, 조립하기는 수월한
편입니다. 적어도 아머드 코어류에 비해선 조립이 훨씬 편합니다.
개인적으로 고토부키야가 언젠가는 버추어온 시리즈를
건드릴 거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는 빨리 라인업이 전개되었습니다.
고토부키야 개발자들이 각선생의 변태적인 색조합을 보면서 강한 도전
의식을 느꼈을 듯.... (^_^;)
환율크리에다가 원래 가격이 높아서 장바구니에 넣기도
부담스러운 킷이긴 하지만, 버추어 온 메카닉에 관심이 많거나 색분할의
극한을 맛보고 싶다면, 한번쯤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은 킷입니다.
Virtua On Raiden [DNA side] | 2008. 12 | ¥7,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