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와 건프라의 접목을 시도한 하드그래프 시리즈의 2탄, '람바랄 독립 유격대' 세트입니다. 이 킷은 발매전부터 1탄인 와파보다 훨씬 더 화제를 모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1/35의 정밀한 자쿠 머리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람바랄에 하몬의 주연급 피규어도 피규어지만, 이 킷의 메인은 누가 뭐래도 자쿠 머리.
우선 3000엔의 MG급 가격에, 박스 크기도 무~척 큽니다. 정확히는 박스 높이가 꽤나 높은데,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MG보다 높은 박스 크기이죠. 대략 RRR 레이즈너와 같은 높이의 박스. 그만큼 자쿠 머리의 볼륨이 크다보니 그렇습니다.
우선 화제의 집중 대상인 자쿠머리.. 일단 예상대로 속이 프레임과 메카닉으로 꽉~ 차있습니다. 지금껏 만져본적이 없는, PG의 머리 프레임 따위는 비교도 안되는, 진짜 메카닉 덩어리의 느낌이 들죠. 조립 방법 자체도 작은 건물을 건설하듯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방식이며, 이 과정에서 내부의 프레임들이 하나 하나 가려지는게 아쉽기도 합니다.
어떤 면에선 밀리킷답게 엄청나게 정밀할 거 같아 보였던, 그정도 기대할 만큼의 메카닉 프레임은 아닙니다. 아주 정밀하다는 느낌보다는 적당히 정밀한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이정도 수준으로 자쿠의 머리속 메카닉을 표현해준 킷이 처음이다보니, 올드팬들에게 주는 감흥은 상당히 큽니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킷은 구조나 조립과정, 방법면에서 건프라보다는 분명 밀리터리 킷에 가깝긴 합니다. 무슨 얘기냐면.. 그냥 건프라라 생각하고 편하게 조립되는 킷은 아니라는 것이죠. 건프라처럼 스냅타이트만으로 딱딱 맞아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고정부들이 타이트하게 결합되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많은 부분 스냅타이트 식으로 끼우기만 하면되는건 사실이지만, 또 많은 부분 반드시 본드가 필요합니다. 대략 자쿠머리의 반 정도는 그냥 끼우는 식이고 반 정도는 본드로 붙여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일부 부품은 매우 크기가 작아서, 모형용 핀셋이 없이는 조립이 상당히 짜증스러울 수 있습니다. 밀리킷답게 조립과정에 핀셋이 필수품이라는거 꼭 기억해두시길. 결과적으로 자쿠머리 하나만으로도 조립시간이 꽤 걸립니다. 조립과정이 딱히 난이도가 높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결코 술렁술렁 만들어지지만은 않는다는 것이죠.
이 자쿠 머리에서 가장 불만스러운 점은, 목부분의 실린더가 아닌가 싶습니다. 전후 가동식인 점은 맘에 들지만, 이 실린더의 고정이 매우 애매해서 좀만 움직이면 쑥쑥 빠지기 일쑤입니다. 구조적으로 고정 방식 자체가 젼혀 신뢰가 안가는(?) 식으로 단지 걸쳐놓기만 한거라, 움직이지 않아도 잘 빠집니다. 그리고 한번 빠지면 목을 거의 분해해야 다시 끼울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거시기하더군요.. 이부분 설계한 사람 만나면 후사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후사란, 뒤 後, 쏠 射 를 의미란다는거.. 아시죠? 일명 떵침..;;)
어쨋든, 기대가 커서 약간 실망한 감도 없진 않지만.. 애기 주먹만한 정밀한 자쿠 머리는 건프라 매니아들의 로망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준 것만으로도 감사...^^
나머지 피규어들은.. 그냥 자쿠머리의 악세사리 같은 느낌이네요;; 오묘하게 색분할된 피규어라서 나름 느낌은 좋은데.. 접지력들은 대부분 아주 꽝이라는 점. 바닥에 세워두기가 왜이렇게 힘든지 원.. 위의 리뷰 사진은 자세히 보시면 바닥에 양면테잎으로 붙여서 세워둔 것입니다. 그냥 세워두기인 발이 너무 작고, 무게중심이 좀 이상합니다. 특히 오토바이타는 피규어는 본드로 결합시에 오토바이와의 와꾸(?)를 잘 맞춰가면서 붙여줘야지, 안그러면 손잡이를 잘 잡지도 못하고 제대로 세워두기도 힘듭니다.
물론 피규어 디테일들은 나쁘지 않고 프로포션도 그럭저럭 괜찮습니다만.. 워낙 '자쿠머리'가 메인으로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군요 :-) 그리고 오마샤리프 풍의 람바랄 아저씨까지는 봐줄만 한데.. 원래 미인이신 하몬누님의 면상은 정말 잘못 만들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ㅠ_ㅠ MG 구프에 들어있던 메텔 풍의 날카로운 하몬 피규어가 훨씬 낫습니다.. (참고사진)
이 킷은 향후 UCHG의 향보를 결정지을 중요한 키가 되고 있습니다. 사실 일반적인 건프라 팬 입장에서는 밀리터리 피규어보다는 메카닉쪽에 관심이 훨씬더 치우친게 사실이고, 빅스케일의 정교한 자쿠 머리는 대단히 흡입력 있는 아이템입니다. 결국 이 킷을 사는 많은 분들은 자쿠머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사게 될 것으로 보이고, UCHG 시리즈는 결국 '어떤 메카닉을 메인으로 하느냐' 에 의존하게 되겠지요.
그런면에서 이 자쿠머리 UCHG는 절반의 성공으로 보입니다. 커다랗고 정교한 메카닉의 자쿠머리는 분명 빅 아이템이긴 한데.. '단지 정교한 메카닉'을 원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밀리터리풍의 킷 구성과 조립방법이 좀 걸리적 걸리는 느낌입니다. 유저를 너무 배려한, 쉬운 건프라 조립법에 익숙한 분들께는 다소 거부감이 있을 수 있고, 의외로 많이 걸리는 조립시간 등등 꼭 만들면서 내내 손맛이 즐겁다.. 라는 느낌은 아닙니다. 되려 오랜만에 만지는 밀리킷 특유의 '귀찮음'에 살짝 짜증나는 분들도 계실듯. 반대로 원래부터 밀리와 건프라를 병행해서 즐기는 분께는 매우 매력적인 아이템이겠지요.
즉 킷 자체의 퀄리티가 문제가 아니라 (퀄리티는 분명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타겟이 좀 애매한 감이 여전히 든다는 것이지요. 어쨌든 '건프라 팬을 위한 밀리킷'이라는 컨셉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모르겠지만, 반다이의 이런 다양한 제품화에 대한 노력에는 성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 부디 어떻게든 라인업을 유지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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