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HY2M의 약자머릿말인 Hybrid란 말은, 공학적으론 "짜집기"를 의미합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다는 의미로 보시면됩니다. 이런 HY2M 제품군들의 대표적인 특징은 바로 LED를 도입한 발광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하게는 MG 머리통 3개를 세트로 판매하는 HY2M 발광 Headset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하나의 쇼킹한 시리즈가 바로 1/60의 빅 스케일 HY2M 글로리어스 시리즈입니다.
HY2M 글로리어스 시리즈들은 각각 8000개 한정생산이라는 제한성을 걸고, 큰 소리소문없이 조용히 발매되서 모르고 지나치신 분들도 적지 않을 듯 합니다. 어떻게 생겨먹었고 어떤 구조인지 공개된 정보도 매우 제한적이었고, 저역시 대체 저게 뭔 제품군인지 갸우뚱~하고 속는셈치고 구해봤더랍니다. 막상 처음 받아보고 일반 PG박스를 능가하는 거대한 케이스에 놀라고.. 또 허접하게 누런 박스포장에 실망했지만, 내용물을 열어보곤 그 볼륨과 품질에 다시한번 놀랐습니다.
2. 볼륨/프로포션
우선, 안그래도 볼륨짱이라 불리우는 릭돔이 1/60으로 나온지라, 다리통 몸통하며 부품들의 크기가 상당한 크기입니다. 완성후의 볼륨감이란, 최근 발매되어 화제를 일으킨 MG 퍼펙트 지옹을 능가하는 느낌입니다. 퍼펙트 지옹은 (위 사진에도 나와있지만) 키는 커도 위로갈수록 좁아지는 요상한 프로포션이지만, 릭돔은 전체적으로 풍성(또는 풍만-)하고 안정적인 볼륨을 갖고 있습니다. 사진에서 충분히 느낌이 오시리라 생각됩니다.
사실 반다이의 정규 라인업이 아닌 번외개발품이라, 프로포션과 사출색 등에서 큰 기대는 안했었습니다, (이전에 1/400 화이트베이스의 황당품질에 당황했던지라) 그런데 HY2M 글로리어스 릭돔은 다릅니다. 전체적으로 사출색도 매우 좋고, 넓은 프라판때기를 사출하면서 수축이나 불균일점도 없이 너무나 매끈하게 뽑혀나왔습니다. 또 언더게이트 방식이 적용된 외장 장갑도 있습니다. 문제는 같은 장갑인데 어떤 놈은 언더게이트고 어떤놈은 아니고... 도대체 무슨기준으로 한건지 좀 아리송하긴 한데, 어쨌건 전혀 없는거 보다야 낫겠죠 ^^;
프로포션 역시 릭돔의 느낌을 잘 살리는 뛰어난 프로포션입니다. 전체적으로는, MG 릭돔을 그대로 뻥튀기한 듯한 인상을 줍니다. 프로포션도 그렇고, 가동성도 비슷하고, 디테일 수준도 딱 MG랑 비슷합니다. 아무래도 스케일상 PG랑 비교가 많이 될텐데, 내부프레임은 없습니다. 내부 프레임쪽은 MG보다더 부실하며, 내부에 LED 배선이 복잡하니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어차피 완성하고 세워두면 내부프레임 같은건 보이지 않으니, PG들과 전시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가장 볼륨감있는 등빨로 다른 PG들을 위협하지요. 그저 1/60 빅스케일로 릭돔이란 기체가 아주 매끈하게 나왔다는 그 자체로도, 볼륨에서 타 킷들을 압도하는 상황입니다.
3. 가동성/관절
가동성은 PG만큼은 아니지만, 저 뚱땡한 몸매에 비해선 상당히 봐줄 만한 수준이라 액션포즈가 그럴 듯하게 잘 잡히고 있습니다. PG 외의 1/60 키트들은 손가락이 대부분 이중 관절정도로 구현이 안되어 있는데, 이 릭돔은 손가락이 전관절 가동이 된다는 점은 매우 맘에 드는 부분입니다. (1/100 MG 퍼펙지옹은 예외..) 허리도 2중관절로 꽤 넓은 가동범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부의 각 관절들은, 커다란 몸체를 지탱할 수 있도록 모든 관절 주요부위가 육각나사와 너트로 관절강도를 조절하게 되어 있습니다. 즉 뻑뻑하고 헐거운 정도를 조립자가 적당히 조절해줄 수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폴리캡이 전혀 안쓰이고 있지요. 이러한 나사조절식 관절은 이미 PG 윙제커에서도 사용된 방식이지만, PG 윙제커와는 약간 다릅니다. 릭돔쪽의 조절용 나사의 크기가 훨씬 큽니다.
나사조절로 인해 관절강도는 적당히 보상이 됩니다만, 이런 조임식 관절특성상.. 뭔가 모르게 킷이 건들거린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뭐랄까, 팔다리들이 대롱대롱 팅팅거린달까..(더 이해가 안갈지도 -_-;;) 여하튼 만져봐야 느낄 수 있는 문제긴 한데, 관절을 움직일 때 삐직삐직 소리나면서 부드럽게 움직여지진 않습니다. 아마도 부드럽게 움직여 버리면 헐겁겠죠? PG 윙제커는 그저 "뻑뻑하다"란 느낌이었는데, HY2M 릭돔은 그 뻑뻑함에 건들건들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거시기한 면이 있긴 합니다.
어쨌건, 저 큰 덩치가 헐렁거리면 정말 대책없을텐데, 다행히 그렇진 않습니다요. ^^;
4. 조립과정 및 준비물
조립과정(Joint) 메뉴를 보신 분은 감잡으셨겟지만, HY2M 글로리어스의 조립난이도는 만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단지 프라조각을 떼서 설명서만 잘읽고 따라하면 되는 PG나 MG와는 차원이 좀 다른 킷입니다. 가장 난해한건 역시 배선과 연결인데, 매뉴얼이 아주 친절하진 않아서 "그저 사용자가 알아서 꼬아서 연결해라"라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문제는 그 배선량이 상당히 많다는게 문제입니다.
우선, 가장 처음에 걸림돌이 될 게 아마 전용 스패너입니다. 1.5mm 와 2.5mm 크기의 두가지 육각 스패너가 필요한데, 이 몇푼하지도 않는 공구가 킷에 안들어있다는게 문제입니다! 드라이버야 워낙 흔하니까 그렇다쳐도, 이 스패너는 전문 공돌이가 아니면 갖고 있을 가능성이 적은 공구라 공구상가서 직접 사와야 합니다. 공교롭게도(?) 제 직업이 전자쪽 공돌이라서 오만 이상한 공구를 쉽게 구할 수 있어서 그냥 있는거 썼지만, 이런 스패너를 처음 접해보시는 분은 좀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특히나 이런 초고가의 킷에 이정도 싸구려 공구도 서비스로 안넣어줬다는게 약간 스팀돌게 합니다. (이런 시바스런 일이..) 참고로 요 다음에 나온 HY2M 구프에는 이 스패너들이 함께 들어있으니, 그냥 HY2M 구프까지 함께 사 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그 다음으로, 롱노우즈가 있으면 매우 편합니다. (롱노우즈란, 끝이 얇고 길쭈가리하게 생긴 뺀찌같은걸 말합니다) 조그만 관속에 전선을 끼우고 꽉 조여야 할 일이 수없이 많기 때문에, 대가리가 큰 뻰찌로 하면 조금 귀찮습니다. 그리고 스카치 테잎도 있으면 좋습니다. 뭔가 잠시 전선을 고정해놔야 할 일이 많은데, 전선이 많다보니 정신이 없습니다. 이때 테잎으로 붙여놓던지 (붙인채 봉해도 어차피 상관없음. 장갑을 뜯을 일은 없으니) 하면서 고정하면 편리합니다.
이런 전선연결을 해야할 때 한가지 참고할 사항은, 전선 끝을 잘 꼬아놔야 연결도 잘되고 나중에 풀어지지 않습니다. 전선이 들어가 있는 모든 킷에서 참고할 만한 내용입니다. 전선 끝을 두가닥으로 분리하고 머리따듯이 꼬는 분들이 있는데, 이것은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결합이 조금 약하죠. 허구헌날 전선꼬는 숙련된 공돌이의 노하우를 전수해드린다면.. (자자 따라해보세요~) 노출된 금속전선끝 전체를 손가락으로 꽉 잡은 다음에, 고무로된 전선을 손으로 잡고 그대로 빙빙 돌립니다. 그렇게 적당히 잘 꼬면 전선전체가 엮이면서 상당히 튼튼하게 꼬입니다. (Joint 메뉴의 사진 참조) 약간 연습이 필요한 일이긴 한데, 몇 번 해보면 이게 훨씬 튼튼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제 밑에 신입들어왔을 때 하루만 백가닥정도 연습시키면 아주 선수가 됩니다 -.-;)
보통 전선이 들어있는 킷들은, 알아서 전선끝의 피복을 벗기고 알아서 꽈야하는데.. HY2M 시리즈는 친절하게도, 전선끝의 피복을 약간 벗겨낸채 뽑혀져 있습니다. (Joint 메뉴의 사진 참조) 정말 친절한 서비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 위와같이 전선을 일일이 꼬지 않고, 약간 뽑혀진 피복부위만 붙잡고 천천히 돌려가며 빼주면 어느정도는 잘 꼬여줍니다. 하지만 끝부분이 완전하게 꼬이진 않아서, 위에 언급한 방법도 병행해야 깔끔하게 잘 꼬입니다.
HY2M 릭돔 조립과정중에서 중요한 것은, 매뉴얼을 아주 꼼꼼히 읽으셔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순서도 정확하게 지켜주지 않으면 나중에 조립이 꼬일 수 있습니다. 특히 LED 설치시마다 매뉴얼에 나온대로 수은전지를 이용하여 연결상태를 한 스텝 한 스텝 확인하면서 진행하지 않으면, 나중에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몸체 상부의 스위치부분을 완성할 때 이런 노가다의 난이도는 극치에 달하게 되는데, 여하튼 꼼꼼히.. 매뉴얼에 나온대로 천천히 조심스럽게 작업해야 합니다.
이렇게 수많은 LED와 금속, 전선, 나사, 금속링등이 무려 247개나 되고 그 조립이 심히 좀 복잡하기 때문에, HY2M 릭돔의 조립난이도는 모든 건프라를 통털어 가장 "까다롭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완성에 걸리는 시간도 PG를 능가합니다. 하지만 다년간 건프라 조립에 단련된 분들이라면, 그저 까다롭고 귀찮은게 많을 뿐 정상적으로 완성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그래도 약간 긴장은 하셔야 합니다.. ^^;
5. 발광!
결국, HY2M은 발광에서 승부를 거는 킷입니다. ^_^
백팩, 궁뎅이, 다리, 발바닥 등 각지에 17개나 되는 버니어 LED의 발광은.. 감동 그 자체입니다. 이런 느낌은 다른 어떤 킷에서도 볼 수 없는 감흥이기에, HY2M 릭돔의 독특함은 다른 어떤 킷과도 비교를 거부하게 됩니다. 조명상태에 따라 빛의 느낌도 다르고, 사진보다는 실물의 느낌이 훨씬 강렬합니다. 정말 봐도 봐도 감동적인..!
상대적으로 모노아이나 가슴의 불 정도는 그렇게 크게 감흥은 없습니다. PG도 그정도는 기본으로 되니까요.
또하나 HY2M의 특이사항.. 바로 Hall IC의 채용입니다.
Hall IC는, 주변에 일정 크기이상의 자장이 감지되면 전류를 도통시켜주는, 무접점 센서 스위치의 일종입니다. 참고로 이것은 핸드폰 폴더를 열고 닫을 때, 닫은 상태를 감지하여 액정표면을 꺼주는 스위치로 매우 널리 사용됩니다. 가격은 대략 10~20센트 정도. Hall IC란 이름이 생소하셨을지는 몰라도, 알고보면 모두들 주머니에 한두개씩 넣고다니는 매우 범용의 물건입니다.
직업이 핸펀쪽 공돌이다보니 잠시 얘기 샜습니다(-_-;) 어쨌건, HY2M 헤드셋의 전원스위치도 바로 이 Hall IC란걸 이용하는데, HY2M 릭돔의 바주카 전원에도 사용됩니다. 손 바닥에 넣어둔 자석이 바주카 손잡이 내의 Hall IC 근처에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점등됩니다. 그래서 왼손이 바주카 손잡이를 잡아주면 알아서 켜지는.. 처음보면 졸라 신기하답니다 ^^;
이렇듯 20군데가 넘는 휘황찬란한 LED의 발광을 보고 있노라면.. 전선 연결 노가다의 고통이 사그리 녹아서 사라진답니다..
6. 총평!
솔직히 개인적으론, 회사에서 맨날 회로설계하고 땜질하고 선꼬고 연결하는게 일인데.. 익숙할진 몰라도 집에 와서까지 이짓을 하다니 이게 뭔일이람..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평소 그냥 건프라만 조립하던 분께는 상당히 신선한 킷일 듯 합니다.
묵직한 무게, 완벽한 덩치, 환상적인 LED 발광.. 이런 특징을 생각하면 정말 너무나도 유니크한 킷입니다만, 가장 큰 걸림돌은 아마도 18000엔이나 하는 비싼 가격일 듯 합니다. 그래서 가격대 성능비란 관점에선 여러 가지로 평가가 엇갈릴 만한 녀석이죠. 그리고 다분히 대중적이지 않고 한정생산이라는 점 때문에 구하기가 약간 거시기하다는 점도 있습니다.
어쨌든, 비교적 인기가 높은 릭돔이란 기체가 이런 거대한 스케일에 희안한 기술을 짬뽕시켜 우수한 품질로 나와준 점 그 자체로 상당히 고마운 녀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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