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여름 상당히 골 때린 아이템이 건프라계에 등장했는데, 바로 1/24 울트라 빅 스케일 HY2M 퍼스트 건담입니다. 1/24는 오토모델에나 쓰이는 스케일로서, 건프라계열의 로봇에 사용되기엔 엄청나게 큰 스케일이었죠. 물론 1/12의 자쿠도 있지만, 그것은 매장용 스탠드모델에 가까운 킷.. 하지만 이 1/24 HY2M RX-78은 제품적으로는 분명히 부품 333개의 조립으로 만들어지는 100% 인젝션입니다. 다만 그 크기가 황당할 뿐..;;
우선 박스부터 건프라계 최강의 크기와 무게를 자랑합니다. 많은 부품들이 마치 레진인양 별도 사출로 부직포에 담긴채 포장되어 있고, 부품이 하도 커서 런너하나에 몇 개 붙어있지도 않습니다. 조립과정은 마치 건물을 공사하듯이 발부터 다리, 허리, 몸, 머리, 팔 등의 순으로 하나하나 붙여가며 조립하는 방식이라.. 도색을 하려는 경우는 이것들의 분리가 쉽지 않아서 좀 애먹을 킷이긴 합니다. (물론 도색 자체가 엄청난 도료의 양과 노가다가 수반되겠지만)
이렇게 공사하듯이 만들어가는 과정도 나름대로 육체노동이 많이 필요한데, 기본적으로 크기도 크기지만 너무 무거워서 그렇습니다. 다리 한짝만해도 1.5kg이고 본체 무게가 6~7kg 정도로써, 한손으로 들고 나사를 조인다거나 하는게 너무 힘듭니다 ㅠ_ㅠ 그냥 가만히 세워놓고 그 주변을 빙빙 돌면서 이거 붙이고 저거 붙이고 이런식으로 조립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완성후의 그 크기의 압박에 의한 존재감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 위의 사진들을 보면 그렇게 크다는 느낌이 안들 수도 있으나, 직접보면 좀 황당한 싸이즈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 크기는 75cm이긴 하지만 실물은 그 이상의 크기의 느낌이고, 저울에 재보면 무게는 6kg대이지만 막상 들어보면 십여kg쯤 되는 것처럼 심하게 무겁습니다. 아마도 팔다리 균형을 유지하면서 들려고 하다보니 더 무겁게 느껴지는 듯 한데, 함튼 이킷은 크기보다 무게의 압박이 압권입니다. 들고 옮길 때마다 팔아파서 원..
크기가 워낙 커다란 킷이라 만들고나면 완구스럽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완성후 느낌은.. 결코 완구스럽지 않다는 것입니다. 비교적 적당한 몰드와 안정된 사출색, 적당한 디테일 덕에 완성품 완구와는 분명 섬세함이 다른, 100% 반다이제 인젝션 건프라입니다. 그 크기가 무식하게 클 뿐이지.. 부품수만 333개인데, 누가 이걸 완구라 할 수 있을까요? ^^;
다만 자세히 보면 프로포션은 좀 어색한 느낌이 드는데, 특히 손이 커서 좀 이상하긴 합니다. 비정상적일 정도로 큰 손은 사람과 악수도 가능한 수준이고, 다리에 비해 팔도 약간 길어서 어떻게보면 고릴라 같기도 합니다. 그치만 기본적으로 킷 전체의 실루엣이 한눈에 안들어오는 대형 킷이다보니(;;) 크기의 압박에 눌려서 그렇게 어색하기만 하진 않은 듯. 봐줄만 합니다.
■ 가장 우려가 된부분은 아무래도 관절강도. 우선 기본적으로 이 킷은 중국제가 아닌 일본 시즈오카 공장 오리지널 생산품입니다. 어설프게 만들어진 킷이 아니라 제대로 된 코스를 밟고 발매된 정통 반다이 건프라라는 것이지요. 반다이 개발진도 이런 대형킷들이 관절 때문에 고생할 것을 알기에, 관절강도에 대해 무척 신경을 많이 써준편입니다.
특히 모든 관절이 볼관절로 되어 있는데, 이는 자칫 조금만 헐거워도 자세잡기 난해한 구조입니다. 그치만 이런 모든 볼관절에 대해 관절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나사조임 구조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의지대로 관절의 뻑뻑함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만들어보면 최대한 조여서 뻑뻑하게 만들어야지만 헐겁지 않긴 합니다만.. 관절강도만 빡빡하게 잘 조여놓으면, 이렇게 크고 무거운 덩치임에도 불구하고 튼튼하고 꼿꼿하게 잘 서있습니다.
또한 사람 손만한 전마디 가동식 손가락에 사용된 고무+너트의 조합에 의한 조임 방식은 매우 성공적이어서, 이렇게 큰데도 불구하고 뻑뻑하게 잘 고정됩니다. 고무판을 이용한 손가락 고정방식도 꽤나 참신하고 효과적이구요. (조립과정 참조) 다만 다른 손가락에 비해 엄지는 야악~간 고정이 헐겁다는 느낌.
다만, 아무리 뻑뻑해도 무게는 무게인지라.. 커다란 쉴드를 든 왼쪽으로 몸체가 아주 조금씩 기우는 현상이 있고, 팔을 수평으로 들고 있으면 그 무게를 못이겨서 조금씩.. 조금씩 내려오긴 하네요. 하지만 어지간한 자세는 99% 흔들림없이 고정된다고 보셔도 됩니다. 이 크기에 이 무게를 생각하면, 관절강도 조절방식은 대성공입니다. :-) 적어도 발목이 허약한 PG 퍼스트보다는 훠얼씬 튼튼하게 꼿꼿하게 허리펴고 잘 서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게를 많이 받을 만한 발목과 하체-다리 연결 볼관절은 무쟈게 무거운 금속제 볼관절로 되어 있습니다. 런너를 잘 보면 4개의 프라스틱 볼관절 부품이 남게 되는데, 아마 처음엔 그냥 프라스틱에 나사심을 박아서 강성을 보강한 볼관절로 설계되었다가, 설계후 내구성 평가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그 4개의 볼관절만큼은 금속제로 교체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관절이 뻑뻑하게 조정해놓은 탓에, 액션포즈 취하기는 좀 힘들긴 합니다;; 가동성이 그리 나쁘진 않지만, 관절 꺾기가 힘들어서 액션포즈 잡아주기가 좀 귀찮은 느낌.. 액션포즈 취하기도 힘들고 사진찍기도 힘들어서 (너무커서 앵글잡기 힘듬;) 액션샷은 그리 많이 못찍었습니다..
아쉬운 점 몇가지는.. 빔사벨과 바주카가 들어있지 않다는 점과 콕핏이나 코어파이터가 전혀 재현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바주카 빠진 것은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저 크기에 발광 빔사벨이 재현되었다면 죽일텐데... 빔사벨이 손잡이부분만 있고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일반 AA 건전지를 써도 될 만한 크기라서 교통정리용 라이트봉처럼 만들어줬어도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그리고 HY2M 특유의 발광시스템도 재현되어 있긴 한데, 아주 약하게 눈부분에만 되어 있어서 아쉽습니다. 게다가 그 발광시스템이란 것도 HY2M-MG 에 사용된 손톱만한 발광시스템을 그대로 갖다 쓴거라 밝기가 약합니다.. 이렇게 무식하게 큰 킷에 이런 앙증맞은 발광이라니.. 언밸런스해보입니다;; 걍 아예 하지 말던가...
◆ 사실 이 킷의 난점중 난점은 사실 그 힘든 조립과정이나 무게도 아닌, 리뷰 자체였습니다; 엄청나게 큰 크기의 킷인지라 적당한 조명과 앵글로 사진을 찍는다는게 굉장한 노가다였습니다. ㅠ_ㅠ 후레쉬 없이 사진을 찍어야 실제와 비슷한 느낌이 날텐데, 이 킷의 리뷰를 위해 5중 조명의 촬영 스튜디오 조명을 전부 해체해서 방한쪽 구석에 세팅하고, 오만 각도와 조명 조합으로 하루종일 천장 가까운 사진을 찍은 뒤에 고르고 골라낸 리뷰사진들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노가다를 하고도 개인적으로는 사진품질이 영 맘에 들지 않는군요 ㅠ.ㅠ 흙흙.. 아쉽슴다.
생각해보니, 먹선넣는 것도 꽤나 고생스러운 일이었는데 상대적으로 사진찍는게 더 힘들어서 먹선은 크게 기억에 남진 않는군요 -.-;; 먹선은 그냥 무식하게 건담마커 + 로트링 펜의 이중먹선을 그대로 이용했습니다. 물론, 한번에 들어가지 않아서 몇 번씩 긋고 또 그은 먹선입니다. 게다가 스티커는 또 왜이렇게 크고 많은지 원..
어쨋든 박스 열고 런너샷 찍고, 낑낑대고 조립하고, 눈빠지게 먹선넣고 허리가 휘도록 사진을 찍은 킷으로써, 달롱넷 창설이래 가장 힘들게(그야말로 물리적인 노동에 시달린) 리뷰한 킷입니다. 이 킷만큼은 반드시 리뷰를 해야지만 반다이 인젝션을 마스터했다는 느낌이 들 것 같아서 언제고 꼭 도전하려던 녀석인지라.. 마치고 나니 왠지 허무함도 밀려오네요 ^^;
그리고 크기가 아무리 크다 크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기보다는 '무겁다' 라는 기억이 지배적입니다. 이거 들다가 PG 퍼스트를 들면 정말 깃털처럼 가벼운 느낌.. -.-;;
78000엔이라는 황당한 가격도 가격이지만, 어차피 재판이 안되고 있는 레어급의 킷입니다. 반다이에서 한때 이런 미친 인젝션을 내놓은 적이 있었다고 기억될 만한 킷이고, 또 앞으로 미래에는 어떤 킷이 나올지 기대하게 만드는 그런 킷입니다. 반다이 개발진의 무한 도전 정신을 맛볼 수 있는, 역사에 남을 만한 건프라임에는 확실한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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